LG헬로비전 케이블‧인터넷 설치‧수리‧철거 외주를 맡는 고객센터들이 기사들을 상대로 임금을 체불‧삭감하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노동법을 폭넓게 위반해온 게 특별근로감독 결과 확인됐다. 이에 노조는 원청인 LG헬로비전이 직접 나서 법 위반을 바로 잡도록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 전국 34곳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고객센터를 모두 고발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고발한 모든 센터가 근로계약서 미작성 혹은 미교부와 연차수당 미지급, 임금차감, 노사협의회 미설치,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10곳은 임금 체불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11월~올해 1월에 걸쳐 희망연대노조에 통보했다.

당시 원청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는 외부 노무법인을 통해 자체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거나 시정됐다고 밝혔지만 노동부 감독 결과는 달랐다.

노조에 따르면 몇몇 센터는 근로감독 결과를 통보받고도 이행하지 않거나 직원들에게 합의를 강요했다.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영서고객센터는 현재까지 체불·삭감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중부지방노동청 원주지청은 공문을 통해 센터에 설치기사들 휴일근로수당 865만원과 자재비‧패널티 명목으로 삭감한 임금 2495만원, 수리기사들 연장근로 가산수당 1398만원 등을 지난달 말까지 지불하라고 지시했지만 센터는 이행하지 않았다. 영서고객센터는 미디어오늘에 “근로감독 결과가 타당한지 이의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희망연대노조에 보낸 통보문에 따르면 대구동구고객센터는 지난해 토요일 근무수당 등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체불해 시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센터는 직원들에게 근로감독이 있었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체불임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토록 했다. 한우현 노조 대구동구센터 지회장은 “직원들은 영문 모르고 개별로 서명했다. 올초 노조가 생긴 뒤에야 근로감독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LG헬로비전 설치‧철거 기사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일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시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원하청 구조는 여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LG헬로비전 설치‧철거 기사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일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시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원하청 구조는 여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 센터가 근로감독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노동자들은 별 도리가 없다. 노동부의 시정지시를 업주가 14일 이내에 이행하거나 이행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지만, 처벌수위는 임금체불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낮다. 노동자가 권리구제 받으려면 회사를 상대로 직접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

노조가 없는 곳은 부실감독 여지도 크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국장은 “노조 없는 센터 노동자들은 근로감독관에게 상황을 설명할 기회가 없어 직원들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 LG헬로비전 고객센터 34곳 가운데 노조가 있는 곳은 절반인 17곳에 그친다.

LG헬로비전 설치‧철거 기사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일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시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원하청 구조는 여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희망연대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는 여전히 개인도급 형태를 유지하거나, 서류로만 근로계약하고 임금 일부를 사업소득 처리해 실적제를 유지하는 이른바 ‘근로자영자’로 쓰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는 “LG헬로비전은 그간 ‘자체점검 결과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해왔다”며 “꼼수 부리거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업체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부는 “불법행위는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출발했다”며 원청이 노조와 함께 고용구조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LG헬로비전은 미디어오늘에 “협력사들이 노동부 시정지시를 성실 이행하는 것으로 확인했고, 추가 모니터링도 지속하겠다”며 “협력사가 노동관계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도록 정기 노무점검과 상생프로그램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대구동구고객센터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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