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과 발생과정, 전염 예방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주최 측은 다양한 매체에서 불명확한 보도가 계속돼 혼란이 가중된다며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토론회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정부가 더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스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국제적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입국조치가 더 빨리있었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입국자를 막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도 나왔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과기한림원)의 주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과총과 과기한림원 측은 토론회를 연 이유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로벌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격상했고, 우리나라도 감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시켰으며,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러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단편적, 비전문적 정보들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 및 진단을 통한 효과적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때문에 전문가들을 모시고 과학적 근거와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둔 종합적 토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갈 수 있는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5일 서울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의 주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5일 서울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의 주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주제발표를 한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앞으로 세~네수 이상을 먼저보고 대응을 해야할 정도로 빠른 전파”라면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 초기부터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에 따라 증상을 아는 시기가 다르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증상 감염 전파’와 같은 말도 나온다. 다만 ‘무증상 감염 전파’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다만 각국 정부가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 간 전파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돼서 봉쇄 정책을 빨리 펴지 못한 것이 (빠른 전파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 발생한 사스나 메르스와 비교해서 국제적 공조가 잘이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전에 발생한 사스 등의 사태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과학적 데이터는 매우 빨리 공개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진단 프로토콜을 공유하는 등의 국제적 공조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96%, 사스 바이러스와 79.5% 유사성을 보이고 있어 사스나 메르스의 플랫폼 활용이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백신 및 치료제 연구 개발이 좀 더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에 대부분 면역이 저하된 개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 중 한명으로 참석한 이영완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는 “현재 후베이성에서 온 사람들을 막고 있는 상황인데 선제적으로 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탈때도 기내방송으로 산소마스크를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어른이 먼저 쓰고 어린이를 씌워 주라’고 나온다. 우리가 위기에 처한, 환자가 속출하는 나라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동정을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나, 우리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때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다. 전염병이든 원전사고 등 대형 사고든 안타까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 타워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적고, 역량이 부족한데 분산까지 돼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후베이성 외 확진자들은 검역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싱가포르와 일본, 태국 등에서의 입국자를 막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인지”라며 “기본적으로 손을 잘 씻는 등의 예방수칙을 지켜야지 물리력으로 국경을 차단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주실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장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의한 범부처의 정기적인 상황연습 △시나리오에 의한 지침마련과 담당 공무원이 지침 문구가 작성된 배경과 이유에 대하여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 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모든 예기하지 못한 상황을 분석하고 방향을 재설정하고 국민과 관련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 육성과 참여가 핵심적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