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의 <중국인 의료비에 건보료 연 5천억, 우한폐렴 들끓는데…>(1월30일 김평화‧김하늬 기자)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게 퍼졌습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2017~2019 외국인 국적별 건강보험 급여 현황>(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 제공)을 살펴보니, 작년 건강보험 부담금 중 중국인 진료 부담금이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해 중국인 진료 부담금으로 약 5184억원을 지출했다. 중국인 51만3930명이 국내 병원에서 진료 받아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체 외국인 진료에 대한 공단부담금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71.72%”다고 전했습니다.

또 외국인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고액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어느 중국인이 3년간 260만원의 건보료를 내고 4억여 원의 의료 혜택을 받은 사례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 국적자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과대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치료 목적의 중국인 입국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도 전했습니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중국인이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머니투데이 기사에 분노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혐오까지 더해졌습니다. 댓글에는 “국민 혈세 뽑아 중국에 갖다바치네” “우리가 봉이가? 외국인은 건보료도 받지말고 건강보험공단 혜택도 없애라!” “국민들한테 손실된 보험료 인상으로 떠넘기겠지”가 달렸습니다.

머니투데가 말하지 않은 몇 가지 사실

그런데 이 머니투데이 기사가 말하지 않는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의 경우 오히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혜택은 덜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인과 중국인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머니투데이는 이 점을 은폐하고 혜택만 부각해 결과적으로 중국 혐오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혐오는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라납니다. 머니투데이가 기사에 담지 않은 외국인 의료보험을 둘러싼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보겠습니다.

▲ 지난달 30일 중국인 의료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엮은 머니투데이 기사.
▲ 지난달 30일 중국인 의료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엮은 머니투데이 기사.

외국인 직장 가입자 537만원 내고 220만원 혜택 받아… 안정적 제정 운영에 기여중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크게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면 직장 가입자로, 그렇지 않으면 지역 가입자가 됩니다. 국내 취업한 외국인과 중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건강보험에 ‘당연 가입’합니다. 외국인과 중국인도 월급의 6.67%를 건강보험료로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직장 가입자’의 경우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고 혜택은 덜 받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3∼2017년 국민·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료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5년간(2013~2017)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220만원의 보험혜택을 받았습니다. 낸 돈의 절반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직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병원에 갈 일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젊고 건강한 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내국인 직장가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 2490억원 흑자를 보였고, 최근 5년간 1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대한민국 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먹튀 사례’ 대비책 마련… 6개월 이상 체류시 의무 가입, 건강 보험 혜택

다만 ‘지역 가입자’의 경우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언급한 이른바 ‘먹튀’ 사례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외국인 지역 가입자는 1인당 평균 13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472만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건강보험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보도 관련>(1월31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전에는 외국인이 필요에 따라 지역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2019년 6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지역 건강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외국인 지역 가입자에게도 제정 부담의 의무를 지운 것입니다. 또한, 2018년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체류 조건을 3개월에 6개월로 늘렸습니다. 이전에는 3개월만 체류하면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을 보완한 것입니다.

차별적인 건강보험제도… 외국인 3인 가족 한달에 31만원 건강보험료 내기도

또한, 내국인과 외국인이 동일하게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지도 않습니다. 동일한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차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 지역 가입자의 경우 내외국인 평균보험료(올해 월 11만1640원)을 최저 보험료로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은 소득에 따라 차등 책정하는데, 외국인은 소득‧재산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소득이 적은 외국인도 월 11만원의 큰 돈을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건강보험 혜택 세대 인정범위도 외국인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의 경우 배우자와‧자녀 외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폭넓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1회 체납 시 건강보험 지급이 중단되어 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비자연장 등 각종 체류허가가 제한되기도 합니다. 내국인은 6회 이상 체납해야 이용이 제한됩니다.

한겨레 21 <이주민 건강보험, 헌재간다>(2019년 11월06일 이재호 기자)>는 내‧외국인 건강보험료 차별 문제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고령의 어머니(76)와 아들(44) 손자(23)가 한 집에서 살고 있다면, 조건을 따지지 않고 개별 건강보험에 가입해야하기 때문에 한 달에 31만2570원의 보험료를 내야하는 실정입니다.

성실히 세금내는 외국인이 더 많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8년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64만7057명이고, ‘지역가입자’는 29만9688명입니다. 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외국인과 중국인이 더 많은 셈입니다. 

혐오는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라납니다. 일부 얌체 같은 외국인이 제도를 악용해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그 제도적 허점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실히 세금을 내고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과 중국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또 머니투데이 김평화 김하늬 기자는 편파적이고 단면적인 기사로 중국 혐오를 부추기기보다는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 전달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본 보고서는 기사에 언급된 ‘우한폐렴’을 WHO의 권고 명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임의로 바꿨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이 언급된 질병명이 해당 지역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 문의 : 엄재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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