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보도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사실이 전달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한다. (중략)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경우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 전달해야 한다. (중략)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단어를 삼가야 한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만든 보도준칙이다. 사스(SARS), 광우병과 같은 감염병 사안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후 감염병에 특화된 보도가이드라인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감염병 보도에 ‘대혼란’ ‘공포’ 쓰지 마세요)

현재 감염병 보도가이드라인은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안에 포함돼 있다. (기자협회 재난 보도준칙)

2012년 감염병 보도준칙이 널리 퍼지지 못했고, 그 주체가 기자협회가 아니라 공론화되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 적있다. 또한 최근 보도에서 보여지는 감염자나 병명 등을 보도하며 나오는 다양한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해서라도 감염병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질병재난보도에서 언론의 취재 및 보도기준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연구’(김재영, 건국대학교, 2016) 논문은 2012년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기자단의 ‘감염병 보도준칙’에 대해 “보도준칙 보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통상 보도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은 기자들의 집합체인 한국기자협회를 통해 기획돼 작성되고 배포되는데 특정 출입처 기자단을 중심으로 작성된 감염병 보도준칙은 전체 언론사에 배포되는 경로나 절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기자협회도 감염병에 특화된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협회는 2월 내로 토론회 등을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3일 미디어오늘에 “보도준칙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일부 언론이 퍼뜨리고, 혐오 표현에 관련된 문제가 있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감염병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지 전문가들 의견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용만 기자협회 총괄본부장도 “기자협회에서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팀을 꾸리고 논의하던 상황”이라고 했다. 협회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도 2월 내에 토론회 등을 공동 주관하는 등 ‘감염병 보도가이드라인’ 공론장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감염병은 지역을 벗어나 무한하게 퍼질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보도가 필요하다”며 “감염병만 특화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혐오표현과 관련된 부분은 현행 재난 보도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재도 감염병 재난으로 인한 혐오표현 심각하다고 보고,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혐오를 퍼뜨리는 보도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무처장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잘못된 보도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보도 가이드라인 등을 숙지한 상태라면 언론인 스스로 생각해 각 사안에 적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한 번 더 읽어보고 주의하게 되니까 있으면 더욱 좋다”고 전했다.

윤석빈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언론노조가 최근 발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긴급지침’은 재난 보도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 이런 지침을 잘 지킨다면 연합뉴스가 보도한, 우한 교민들을 창밖에서 찍은 사생활 침해성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좀 더 세심한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요구가 모아지면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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