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사망 사태가 두 달 넘게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마사회가 해결할 수 없다면 최종 책임자인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대로의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해체’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공공기관 관리자인 정부에게 요구한다”며 “한국마사회에서 벌어진 연이은 죽음들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고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씨와 어머니 김혜숙씨가 4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아들의 죽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고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씨와 어머니 김혜숙씨가 4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아들의 죽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은 문씨의 손. 사진=민중의소리.

대책위와 마사회 간 대화는 교섭 시작 18일째인 지난달 30일 결렬됐다. 크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유족에 사과 및 보상 등 3개 쟁점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마사회가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 위법 사항이 확인돼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족 사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대책위는 “마사회가 수사를 의뢰했고, 그 사건이 두 달 넘게 아무것도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다릴 수 없다”며 “설령 수사결과나 나오더라도, 재판까지 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책임자 처벌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마사회 취업규칙에 따라 인사위를 충분히 열 수 있다며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경찰 수사 결과를 고집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마사회 측 교섭 태도의 진정성도 의심했다. 대책위는 “마사회 측 교섭대표는 동일한 말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교섭을 통한 해결의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시간끌기와 마사회가 교섭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교섭을 활용한다고 보고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교섭 요구 대상이 정부로 옮겨갔다. 대책위는 이날 “부산경남경마공원 7명의 희생 원인과 마사회 구조적 비리 척결을 위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국무총리실 산하에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특위엔 유족이 추천하는 위원 참여가 보장되며 말 관계자들 노동과 고용 구조, 작업 환경, 마사회법 등 마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조사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자정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점도 대정부 요구로 확대한 이유다. 대책위는 “2017년 말 관리사 2명의 자결로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위반자 징계는 전무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공원이 산업안전보건법 525건을 위반했고 말관리사와 마사회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1억8586억원 규모의 임금을 체불하는등 근로기준법 107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2019년엔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마사회 직원 1000여명이 수십억원 규모 불법 베팅에 참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책위 확인 결과 제대로 처벌 받은 직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위는 이번 정부에서만 부산경마공원 기수·말 관리사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해당 기관장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 유서에 언급된 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간부도 즉각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한국마사회 독점 권력을 보장하는 전근대적 마사회법을 개정하고 한국마사회 관리감독을 위한 정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에 구조개선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는 회견에서 “대통령님 제발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이 사태는 오직 제 남편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발 나오셔서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심각한 상황을 봐주고 파헤쳐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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