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병원체가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뉴스에 박쥐가 등장하는 일이 많다. 연초 호주 산불 뉴스에서는 코알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도 계속됐다. 미디어오늘은 부쩍 잦아진 동물 이슈와 관련해 2017년 8월 창간한 한겨레 동물 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의 기자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이뤄졌다. 박현철 팀장과 신소윤 기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 ‘애니멀 피플’이 보도한 ‘바이러스의 저수지 박쥐가 끄떡없이 진화한 이유’ 기사가 화제가 됐다. 다수 언론이 박쥐 자체나 박쥐를 먹는 이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한 것과는 차별되게 ‘왜 박쥐는 이렇게 다양한 바이러스를 보유하게 됐고, 그러면서 스스로는 왜 병에 걸리지 않을까’를 질문했다. 박쥐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줬다.

▲애니멀피플 로고.
▲애니멀피플 로고.

기사를 쓴 조홍섭 기자는 박현철 팀장을 통해 “박쥐가 ‘바이러스 저수지’인 것은 입증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온 데는 알다시피 사람이 중간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왔다. 이어 “박쥐는 해롭거나 더럽기만 한 동물이 아니라 다양한 열대식물의 씨앗을 퍼뜨리고 훼손된 열대림 복원에 큰 구실을 하며, 많은 양의 농업 해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박쥐와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런 감염병의 공포는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신소윤 기자는 “사람들이 야생에 있는 생물을 접촉할 때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며 “최근 콘텐츠 중 어린이들에게 야생박쥐를 보여주거나, 야생 동물들을 채취하는 등 함부로 대하는 장면을 봤는데 인간이 마음대로 야생에 접근하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박현철 팀장. 사진=정민경 기자.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박현철 팀장이 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애니멀피플은 동물을 먹는 문제와 관련한 기획 기사를 꾸준히 써왔다. 창간 초기 기사로 “대한민국 개고기 보고서” 기획기사가 있었고 최근 “고래를 먹는 한국인의 중국인 혐오”라는 기고를 실었다. 그 외에도 “육식의 무한리필, 이젠 멈출 때”, “스타벅스는 ‘잔인한 달걀’ 사용을 멈출 수 있을까” 기사 등 꾸준히 동물을 먹는 문제에 대해 성찰해왔다.

‘그렇다면 먹지 말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박 팀장은 “영원한 불멸의 답은 없을 것 같다”고 답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다문화’라는 말로 답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문제에 ‘다양성’으로 답하기보다 ‘동물권’이나 ‘생태 감수성’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동물이든 흔한 축산 가공품이든 동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긴박한 과제가 된 것이다. 비건(채식)에 대한 기사를 쓰면 반박이나 반발이 여전히 많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후 위기 등의 문제와 맞물려 동물 소비를 줄여야한다는 메시지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한다고도 느낀다. 영양을 섭취할 대체품들이 많은 시대이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동물 식용 문제 외에 ‘즐기는 문제’도 있다.

신소윤 기자가 쓴 ‘시간이 멈춘 곳, 한국 동물원’에서는 각 동물의 행동생태와는 관련없이 여전히 무의미한 공간으로 꾸며진 동물원을 짚었다. 그 공간 안에서 침울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월 말 “산천어 축제는 ‘가장 부끄러운 축제’” 기사는 “매해 산천어 축제에 200톤의 산천어가 투입된다”며 “축제를 위해 전국 양식장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산천어들은 축제가 열리기 전에 밥을 굶고 대량 수송된다”고 전한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준 기사들이다.

▲'애니멀피플'의 '산천어 축제'와 관련된 카드뉴스의 일부. 사진출처=애니멀피플.
▲'애니멀피플'의 '산천어 축제'와 관련된 카드뉴스의 일부. 사진출처=애니멀피플.

“동물매체를 찾아보는 사람들은 ‘인간의 놀이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한다. 코끼리든 돌고래든 산천어든 사람은 그냥 하루 가서 나들이하고 노는 과정인데, 동물에게는 학대가 이어지니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맥락에 대해서는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지만 ‘비건’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전히 반박이 많기도 하다. 물론 전보다는 공감을 해주시는 독자들이 많다.” (박현철 팀장)

“산천어축제나, 코끼리가 관람객 놀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비판한 기사와 달리 비건 기사에는 왜 반응이 다른지 생각해봤다. 사람의 놀이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의 모습은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을 먹는 것’은 즉각적 동물의 고통을 볼 수 없다. 몇단계를 거쳐야지 동물의 고통이 보인다.” (신소윤 기자)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신소윤 기자. 사진=정민경 기자.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신소윤 기자. 사진=정민경 기자.

“‘원래’라는 생각은 없다.”
박 팀장이 기사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구라고 한다. ‘언제부터 인간이 채식을 했다고 그래’, ‘원래 우리 문화가 그런데’ 등의 생각에 ‘듣기 불편하고 몰랐으면 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하는 게 애니멀피플이 할일이라고 전했다. 이는 ‘애니멀피플’이 그저 ‘예쁘고 귀여운 동물을 보여주는 유튜브’와 다른 점이다.

박 팀장은 “특히 반려동물을 다룰 때 고민을 많이 한다. 반려동물 기사를 밝고 화려하게 쓰는 것은 어쩌면 유기되는 동물을 늘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적 있다”고 전했다. 무슨 말일까.  

“예를들어 아주 귀여운 도마뱀 영상이 있다. 댓글에는 ‘너무 귀엽다’, ‘나도 키워볼까’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영상에서 도마뱀을 키우기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적 문제점은 말하지 않는다. 취재를 했더니 도마뱀 역시 인공수정 문제가 심각하고, 기형 도마뱀이 나오면 바로 폐기해버리기도 한다는 걸알았다. ‘예쁜 도마뱀’만 이야기하기엔 그 뒤에 이야기되지 않는 문제가 너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쁜 고양이나 애교많은 강아지 영상도 마찬가지다. 

취재원들의 고민이나, 동물매체를 꾸준히 보는 독자들의 댓글들을 읽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배움이 많다고 한다. 예를들어 매체 차원에서 이벤트를 열었을 때 경품으로 애완동물 간식 등을 제공한 적있는데 그 간식을 비건으로 제공하는 게 어떻겠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박 팀장은 그런 세심한 지적에 큰 도움을 얻는다고 했다. 산천어 축제 기사 이후에는 낚시 프로가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애니멀피플’은 앞으로 동물이슈에 있어 정책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관점으로 접근을 늘리겠다고 했다. 반려산업 문제를 지적한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기획기사와 텀플벅 프로젝트처럼 반려동물 생산-유통-판매 시스템 이야기를 할 때도 ‘사는 사람’보다는 ‘파는 사람’에 문제제기가 맞춰져야 정책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지말라는 말보다 팔지말라고 강조하겠다는 것. 

신 기자는 “‘애니멀피플’에서 기사를 쓴 지 2년 정도 됐다. 그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동물권이나 비건, 이상기후 문제 등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급진적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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