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모습을 위협인 것처럼 묘사한 게 문제다. 기자에게 왜 이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왜 하필 대림동에서는 저리 달라 보였을까.”

지난달 29일 헤럴드경제 르포기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에 대한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활동하는 조영관 변호사 평이다.

헤럴드경제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내 시장에서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담배 피우고 바닥에 침을 뱉고, 사람들이 노상에 진열된 튀김 앞에서 수다를 떨거나 일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 등을 문제인 것처럼 묘사했다. 대림동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보이는 모습이지만 언론이 대림동만 조명할 때 중국혐오를 생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책임이 있으면서도 조심하지 않는 이들’이란 근거 없는 불안도 확대한다.

조영관 변호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에 ‘중국인 또는 화교처럼 보이는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이 낮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확인할 수 없는 추측을 이처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언론의 관행이 있다”며 “인종이나 국가를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면 안 된다는 추상적 수준의 언론보도 준칙 뿐이라 이런 표현까지 구체적으로 다룬 준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도 전하지 않은 소식을 다루는 게 언론의 역할이지만 누구라도 다뤄선 안 되는 얘기도 있다. 개인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를 이용해 그 사람을 규정하고, 같은 정체성을 가진 집단 전체를 공격하는 혐오·차별이 그렇다. 해당 매체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를 중국, 중국과 관련있는 것들에 책임 전가하며 혐오에 편승했다. ‘혐오정서는 피·분비물·오염물질 등 점액질이 나는 병에 감염시킬지 모른다는 위협에서 시작한다’는 분석처럼 이 매체는 ‘가래침’을 제목으로 뽑아 공포를 조장했다.

또 헤럴드경제는 “이들 중국인이 구매한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재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근거 없이 대림동 주민을 비도덕적 존재로 표현했다. 같은날 한겨레가 대림동 르포기사 ‘“신종 코로나가 우리 탓인가?” 혐오에 숨죽이는 대림동’에서 “1월20일 이전에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중국인은 한국인과 발병 가능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대림동 혐오를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대림동 혐오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이 대림동을 범죄소굴처럼 그려 논란이었다. 대림동 상인들이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화 상영을 반대했고 ‘대림동 중국동포타워 바로 알리기’ 캠페인도 벌였다. 당시 영화 리뷰에서 조선족을 중국으로 추방해야 한다는 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대림동 혐오로 비판을 받은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 대림동 혐오로 비판을 받은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조 변호사는 “특정 지역을 묘사할 때 사회적 영향력·부정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 출신들의 밀집지역, 그 외국인을 기사화할 때 국적을 언급하면 나타나는 낙인효과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도 공론장에서 특정집단의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면 차별도 커지니 의식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이민정책연구원 통계를 보면 실제 중국 국적자를 포함해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 범죄율보다 오히려 낮다. 영화 청년경찰 개봉 직전인 2017년 상반기 대림동을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는 치안종합성과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고, 2015년 중국동포를 포함해 국내 중국국적자 범죄율은 3.2%로 내국인 범죄율 3.8%보다 낮았다. 영화 ‘청년경찰’과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대림동 혐오는 근거 없는 허위정보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조 변호사는 편견 때문에 오보를 낸 사례도 지적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하나…“국민 우려 알아 방침 확정시 오후 브리핑”’(뉴시스 2일), “시진핑 잡자니 총선 민심 걱정···정부, 중국인 입국금지 고심”(중앙일보 2일), “주한중국 대사 중국인 입국 금지 비판”(내일신문 4일) 등이 일부 사례다. 조 변호사는 “결국 정부가 ‘우한에서 온 외국인’을 입국금지 했는데 헤드라인에 ‘중국인 입국 금지’라고 썼다”며 “팩트체크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태와 관련 보도를 주제로 나눈 조 변호사와 일문일답을 재구성했다. 

- 이번에도 중국혐오에 기대고 있는 보도가 나왔다. 대림동 르포기사에 대한 평을 해달라. 

“한국에서 차별·혐오 연구나 논리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단기간에 외국인이 증가했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언론도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크게 자유롭진 못하니 부족하다고 생각할 순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사회적으로 지적이 됐는데도 반복하며 개선하지 않는 게 아쉽다. 

인종·국가를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면 안 된다는 추상적인 언론보도 준칙만 있는 게 문제다. 외국 사례 중엔 범죄 보도할 때 국적을 보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범죄조직인데 그 나라에만 있다든가, 이런 경우가 아니면 피의자 국적을 언급하지 않는다. 

(고양 저유소 화재사고 당시) 풍등을 날려 화재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스리랑카인이라는 걸 언론에서 밝혔는데 국적을 언급할 필요가 있나.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 범죄율보다) 더 낮다. (헤럴드경제 기사에서) ‘중국인처럼 보인다’는 표현이 있는데 확인할 수 없는 추측이고, 또 이런 추측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사례가 많으니 구체적으로 관련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1월29일자 헤럴드경제 사회면 대림동 르포기사. 온라인 제목은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다.
▲ 1월29일자 헤럴드경제 사회면 대림동 르포기사. 온라인 제목은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다.

- 같은날 한겨레는 대림동 주민들을 혐오해선 안 된다는 관점의 르포기사를 썼다. 

“‘우한폐렴’이란 용어의 문제점(특정지역 혐오 조장)을 지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쓰자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런 보도들이 중요하다. 악의적으로 중국을 혐오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론장에서 인종이나 특정집단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다 보면 혐오가 자연스럽게 커지니 이를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이런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실 국적이 중국이라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대림동을 언론에서 조명하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대림동을 다루면 관점이 어떻든 대림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관해 생각하게 되지 않나. 

“외국인들이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보를 얻어야 하고 밀집지역이 생긴다. 거기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외국에 있는 코리아타운도 그렇고. 이태원에서 마약사건, 폭력사건이 발생한다고 그 지역을 기자가 가진 않는다. 르포가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 관련 이슈가 있으면 대림, 태국 관련 이슈가 있으면 안산에 가서 르포를 쓰는데 꼭 필요한가. 오히려 그 지역을 고립시키거나 한국 사회와 단절하는 효과는 없는가. 똑같은 지역을 갔지만 한겨레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대림동에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 모든 언론이 대림동 르포기사를 쓰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다만 먼저 혐오에 기반한 기사가 나오면 이를 반박하는 형식의 르포기사는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밀집지역을 대부분 부정적으로 다뤄서 문제다. 특정 지역을 묘사할 때 부정적인 효과, 사회적 영향력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태어나면서 바꿀 수 없는 것, 피부색과 같이 신체적 특징을 과도하게 표현한 건 여러 나라 보도준칙을 봐도 하면 안 된다.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외국인 밀집지역을 보도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낙인효과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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