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경쟁이 한창인 정치권에서 민중당은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화두로 꺼냈다. 지난해 말 발족한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본부’는 10만명의 국민 발안위원을 모아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자·서민을 대표하겠다며 국회에 등원한 김종훈 의원(울산동구)이 본부장을 맡았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의원실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민중당은 지난 1월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국민발안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국민의 국회’ 홈페이지에선 △특권폐지 제도 △국회의원 월급 △21대 국회에 대한 명령 등 세가지 항목에 대한 설문 중이다. 이달부터는 민중당 총선 예비후보들이 현장·동네 발안위원 주민간담회를 진행하며 각 지역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이를 토대로 3월15일 국회 최종 심의회의를 거쳐 국회 특권폐지 법안을 만든 뒤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일 현재 참여 중인 국민발안위원은 1만9000여명이다.

국민 발안을 통한 국회개혁 운동은 김 의원이 제안했다. 그는 “20대 국회 평가는 처참할 정도다.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제도나 의견을 냈지만 실천된 건 하나도 없다. 21대 국회에서는 정치적 약속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래서 국민발안을 해 보자, 어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중당이 제시한 21대 국회개혁 기준은 △특권·재산 내려놓는 국회 △국민 상식에 반하는 정치악습 근절 △거대 양당 특권 폐지 △직접 정치제도와 국민정치참여 확대 등이다. 국민 발안위원 모집은 4번째 과제 일환이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김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국회를 마주하며 국민의 직접적인 정치참여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균형’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기와 자기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곳이라는 걸 목도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이 산업재해 없애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제정한다는 등 노동공약을 수없이 내놨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나마 본인이 노동인권 관련 역할을 해왔음에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조차 안하고 있다. 관료가 되면 가진 사람 편이 되는 거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운동이 특권을 내려놓자는 운동과 상호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마우스 랜드’는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와 관련해 언급되는 단골 우화다. 김 의원도 “‘생쥐 나라에 고양이 국회의원 이야기’ 말이다. 고양이가 어떻게 쥐의 마음을 알겠나. ‘대의 정치’라 하더라도 전문성을 명목으로 (국회에 들어온) 판·검사, 변호사, 약사, 의사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처음 국회에 올 땐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하지만 들어와서 하는 일은 친재벌 중심이고 가진 자를 대변한다. 왜 그럴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성장해왔더라. 의원 임기가 끝나면 또 대기업 자문·고문변호사, 법률자문위원 등으로 들어가서 몇천만원을 받고 밥그릇 지킬 수 있다. 정치를 흔히 ‘밥그릇 싸움’이라는데, 그들 밥그릇은 가진 자에게 있었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정치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력계층 대변에 집중된 국회의 또 다른 문제는 ‘듣지 않는다’는 것. 김 의원은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외투자본에 의해 해고돼 3년 가까이 싸웠다. 우리 정부청사 앞에서 겨울·여름할 거 없이 수없이 ‘우리 얘길 좀 들어달라’고 외쳤고, (회사를 인수한) 대만 기업을 변론하는 김앤장 앞에도 찾아갔다. 대만에서도 시위를 했다. ‘설마 만나주겠느냐’ 했는데 노동부 관계자들이 나와서 만나주더라. 현직 국회의원도 나와 12시간을 함께 토론하고 그 기업 사장을 불러서 중재도 했다”며 “우리에게 나라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그는 “일은 해결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법정으로 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대체 왜 우리나라 정부는 노동자들을 만나주지 않는 건가. 노동자들이 국회 담장을 붙잡고 공제부금 1000원을 올려달라고, 여야 합의가 다 된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을 때 언론은 모두 ‘마포대교가 노동자들 때문에 막혀서 교통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 하루에도 두 명씩 동료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산재 좀 안 나게 안전하게 해달라, 국회에서 법안 좀 통과시켜달라고 얘기하는 게 그렇게 나쁠까. 그 사람들은 다 벌금 받고 구속됐다. 그런데 국회 안에서 ‘빠루’들고 난장판 친 국회의원들은 멀쩡히 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국회 개혁이 화두가 될 때마다 여야 정치권에서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지만 실질적인 입법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기 불리한 법은 안 만든다. 그렇게 할만한 사람은 진입이 잘 안 되더라”며 “사실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하면 10명이 공동발의 서명을 안 하겠나(웃음). 총선 앞둔 시기니까 함께 하자며 기자회견하고 페이스북 올리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국민이 직접 발안하고 감시하고 국회가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게 특권내려놓기 발안위원을 모집하는 의미”라 답했다. 김 의원은 “10만 발안위원 모집이 목표지만 10만이냐 아니냐를 떠나 ‘광범위한 국민운동’으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게 기본이다. 한 번에 바뀌지 않더라도 총선시기에 이 문제를 부각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이를 지속적인 운동으로 벌일 때 그나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말로 끝나지 않고 구체화시키는 과정이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운동을 확장해나가서 반드시 법으로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의원(국민의국회운동본부 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국회의원 월급 관련 문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관련 설문 가운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최저임금 연동제, 최저임금 3배는 넘지 말아야 한다: 523만원 미만’(6683표). 뒤이어 ‘국민평균월급이 적당: 290만원’(5802표), ‘서민 설움을 알려면 최저임금만: 174만5000원’(3459표), ‘일만 제대로 하면 지금과 같아도 된다: 고위공직자 임금 수준’(2308표) 순이다. 민중당의 경우 “국민이 정한 수준 그대로 민중당 국회의원 세비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지금도 세비 받으면 당에 일정 부분을 내서 정책 예산을 쓰고 지역에서도 정책 자금이나 당 유지 비용 등에 쓰인다. 제가 다 가져가진 않는다. 일하는 국회가 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국민들도 임금을 많이 주라고 할 거다. 만일 지금 비용을 그대로 받는다면 어디에 어떻게 쓸지 별도의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엔 그 역시 “우리 입장에선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나 같은 경우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이어 지금에 오기까지 모아둔 재산이 없다. 돌아가면 생계가 문제다. 예전에 구청장을 지낸 뒤에는 배우자와 소위 ‘초장집’(수산물 상차림 식당)을 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장사해 생계를 유지했다. 국회에 들어와서는 전문가들과 같이 논의를 하려 해도 예산이 적으면 실질적으로 모시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일과 예산이 같이 가야 한다. 업무 능률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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