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지난달 30일 5회 방송에서 종합편성채널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기록한 종편 최고시청률 23.8%를 뛰어넘었다. 2011년 12월1일 개국 이래로 예능과는 거리가 먼 시사·보도중심 채널로 인식되어온 TV조선이 예능으로 시청률 신기록을 세운 대목은 상징적이다. 조선일보는 2월1일자 사보에서 “종편 역사를 새로 썼다”고 자평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편성된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경연을 통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전작인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성별이 바뀐 속편이다. ‘미스터트롯’은 지난 4회 방송분에서 ‘미스트롯’의 최고 시청률(18.1%)를 뛰어넘었다. 과거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1이 성공한 뒤 성별만 바뀐 시즌2가 대성공한 것처럼 일종의 계단효과를 보고 있다. TV조선은 설 연휴 첫날이던 지난달 24일 ‘설날엔 미스터트롯’을 220분 편성하며 입소문을 늘렸다. 

▲TV조선 '미스터트롯'.
▲TV조선 '미스터트롯'.

‘미스터트롯’ 기획을 맡은 TV조선 서혜진 국장은 사보를 통해 “모두 시청자들의 힘”이라며 “원조 트로트 오디션답게 시청자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혜진 국장은 SBS에서 ‘스타킹’·‘K-팝스타’·‘동상이몽’ 등을 연출했다. ‘미스터트롯’의 성공과 관련, 시청률조사업체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이제 보도프로그램 외에는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고 전하며 “한국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739만4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4.8%를 차지했다. 노령화지수도 114.1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중위 연령도 43.1세로 전년보다 0.7살 늙었다. 50세~64세 인구비율도 23.3%로 높다. 국내 50세 이상 인구는 국민의 38.1%인데, 이들은 고정형TV에 대한 충성도가 20~49세에 비해 매우 높다. ‘미스터트롯’은 늙어가는 TV, 특히 고령층이 많은 TV조선의 주 시청자층을 고려한 장르 선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트롯’ 1~5회 시청자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시청자가 평균 4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50세~59세 시청자 비중도 27.8%였다. ‘미스터트롯’의 시청자 10명 중 7명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인 셈이다. 이는 TV조선의 평균적인 시청층 연령 비중이다. TV조선은 지상파에 머물던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끌어오는 전략으로 신기록을 세운 셈인데, 지상파·종편 통틀어 중장년층 시청자 비중이 가장 높다는 약점을 오히려 활용해 강점으로 바꿔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의 한 장면.
▲TV조선 '미스터트롯'의 한 장면.

서혜진 국장 같은 지상파PD들의 종편행도 보편화되며 이제는 제작수준의 차이도 느끼기 어려워졌다. 지상파의 한 예능PD는 “트로트 장르는 그동안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등한시해왔다.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있어서 지상파 PD들은 기존 포맷을 버리고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은 ‘미스터트롯’이나 채널A ‘도시어부’ 등 오히려 종편이 새로운 포맷에 도전해 성공하고 있다. 지상파가 위기의식을 갖고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트로트 신인 ‘유산슬’과 같은 성공사례가 일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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