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이 허위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제뉴스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소송에서 패소했다.

전주지법 민사4부(부장판사 강동원)는 지난 30일 원고 임실군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는 각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기사에 허위사실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기사는 공공적 의미를 가졌고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나온 언론중재위원회 판단과 반대다. 같은 건을 심리한 언중위는 지난해 5월 왜곡이 인정된다며 국제뉴스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총 1000만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양측 합의가 무산돼도 청구인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언중위가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국제뉴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사건은 자동 민사소송으로 접수됐다.

전북 지방자치단체, 언론계 등은 놀란 분위기다.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지자체가 지역 기자 보도를 공식 문제 삼아 지역 언론계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판기사와 지자체 광고를 거래하려 들거나 근거 없는 의혹 보도를 내는 사례를 적지 않게 겪은 공보담당 공무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국제뉴스 헤드라인.
▲국제뉴스 헤드라인.

'불법', '특혜', '초호화공사' 비판 뒤 취재는 부실

문제 기사는 지난해 3~4월 한 달간 연속보도된 임실군청 비판 기사 6건이다. 임실군이 △‘지속가능협의회’라는 불법단체에 청사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며 예산도 지원했고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한 제조업체에 임실 제2농공단지를 헐값 매각해 '불법 특혜' 의혹이 있으며 △하천재해예방사업에 120억원이나 들여 초호화 공사를 시행했다는 의혹 보도다.

임실군은 기사 6건 모두 허위사실이라 주장했다. 의혹 근거 대부분이 사실과 달라 ‘불법단체’나 ‘초호화공사’ 등의 규정도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기사의 취지와 내용을 종합하면 기자가 쓴 불법, 초호화, 특혜 등의 표현이 의견표명이 아니라 ‘사실적시’라고도 주장했다. 둘을 구분한 이유는 ‘사실적 주장’엔 정정보도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의견은 그렇지 않아서다.

예로 국제뉴스는 “임실군이 불법단체에 청사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고 예산까지 지원해 논란”이라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특혜지원’ 의혹 보도 경우 △구성원 대부분이 군수 측근인 데다 타 지역민이고 △사업비는 1000만원인데 운영비로 4300만원을 사용하면서 사업결과 보고서엔 사진 한 장 없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그러나 임실군은 단체가 '임실군 지속가능 발전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에 근거해 ‘불법’ 규정은 틀렸고 사무실은 유상으로 제공했다며 연 142만원으로 체결한 대부계약서를 공개했다. 매년 발간한 관련 사업보고서에도 사업 활동 사진이 실렸다. 구성원도 전임 군수 재임 때 임명된 이들로 현 군수 측근이 아니며 대부분 임실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운영비엔 사무국장에게 월 200만원 지급되는 인건비가 포함됐다. 즉 임실군은 근거 대부분이 사실과 달라 기사가 허위이며, 확인 취재도 부실했다고 반박했다.

나머지 사안도 유사한 구조다. 국제뉴스는 ‘농공단지 헐값 매각’ 보도에선 임실군이 법 절차를 무시했고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매각했다며 커넥션 의혹을 거론했다. 임실군은 기존 협정은 전라북도, 임실군, 제조업체 간 3자 협정이고 매각도 전라북도 예산심사를 받으면서 법령을 준수한 데다, 원가보다 낮은 분양가격은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시행령에 따랐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불법, 특혜, 커넥션, 초호화 등의 표현을 ‘의견표명’이라 봤다. 그 외 허위사실로 지목된 각종 근거는 ‘보도 취지에 비춰 지엽적’이라거나 ‘허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 진실성’이란 전체 내용 취지를 살필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는 의미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국제뉴스 연속 보도는 정확한 취재 없이 섣부른 의혹만 제기했다는 지역사회 비판을 받았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중위 결정을 두고 ‘반복되는 사이비 언론행위, 지자체의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내 “지자체 홍보 담당자들은 급증하는 언론사 광고 요청과 이를 들어주지 않을 시 비판기사를 앞세운 언론사 협박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일단 때리고 보는 기자들 문화는 이제는 타파해야 할 악습”이라 논평했다.

언중위와 법원 판단의 차이도 보도를 둘러싼 맥락을 고려했는지 여부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언중위에선 국제뉴스가 첫 비판 기사를 내기 며칠 전 임실군에 광고 요청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다뤄졌다. 언중위는 또 보도 대부분이 충분한 취재가 없었고 의혹 근거 중에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왜곡보도라 판단했다. 언중위는 6개 보도를 집중적으로 낸 건 의도성이 있다는 임실군 입장도 청취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국제뉴스의 비판 기사도 한정된 지역 언론 홍보비를 둘러싼 갈등 과정 속에서 언중위에 조정 신청됐고 이후 소송까지 가게 됐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만큼 보도 일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 지역 언론의 현실이라는 맥락 고려 없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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