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말 열린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방지대책(BEPS) IF(Inclusive Framework) 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취지에 합의했다. 다음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 사안을 정하고 연말까지 최종안을 만들 예정이다. 

디지털세는 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 기업에 법인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으로 국경을 초월해 수익을 얻지만 세금을 내지 않아서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제 전 세계 어느 곳도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세금을 얼마나 낼지, 걷은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등을 두고 논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말 열린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방지대책(BEPS) IF(Inclusive Framework) 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사진=pixabay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말 열린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방지대책(BEPS) IF(Inclusive Framework) 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사진=pixabay

기획재정부가 여러 번 발표한 내용처럼 아직 특정 기업의 어떤 사업 부문에서 얼마를 과세할지는 모른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내는 세금도 있지만 외국 기업이 한국에 내는 세금도 있어서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의 예외가 너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수 언론에선 한국 재벌기업 입장에서 ‘삼성·현대차에도 불똥’, ‘삼성세’ 등 표현으로 디지털세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는 디지털세의 다양한 이슈를 가릴 우려가 있다. 

기재부가 지난달 31일 IF가 총회에서 디지털서비스사업과 소비자 대상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이를 전한 기사 제목들이다. 디지털서비스 사업은 소셜미디어·검색·광고·중개 등 플랫폼, 콘텐츠 스트리밍, 온라인게임 등이고, 소비자대상 사업은 컴퓨터제품·가전·휴대폰, 옷·화장품·사치품, 프랜차이즈(호텔·식당), 자동차 등이다. 

“‘구글’이 부른 디지털세…삼성·LG·현대차에 불똥 튀나”(1월31일 뉴시스)
“‘구글세’ 삼성·현대차에도 불똥” (1일 매일경제)
“韓기업, 高세율 유럽수출 부담늘 듯” (1일 매일경제)
“삼성·현대車도 ‘디지털稅’ 낸다” (1일 한국경제) 
“삼성, TV·휴대폰 판 나라에 세금 더 내야…국내 세수 ‘타격’ 우려” (1일 한국경제)
“삼성전자·현대차 ‘디지털세’ 포함…세부담 가중 ‘비상’” (1일 서울경제)

▲ 1일자 서울경제
▲ 1일자 서울경제 기사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국내 기업 적용 여부, 전체 세수, 개별기업 세 부담 변화 등은 추후 논의될 세부 쟁점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라며 “소비자 대상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임 실장은 “기업의 글로벌 세부담은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게 전제”라고도 했다. 기재부가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경쓰겠다는 발언도 있었지만 언론보도만 보면 ‘원래 구글세인데 삼성과 현대차까지 피해를 보기로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한국경제는 3일 사설에서 다른 쟁점을 가져왔다. 한경은 “개별 기업의 총 세금 부담이 늘지 않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법인세수 부담액이 큰 국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외국 정부에 디지털세를 내야 하는 만큼 국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행여라도 줄어든 법인세수를 세율 인상으로 보전하겠다는 땜질식 발상은 금물”이라고 했다. 

이어 “복지확대를 빙자한 선심성 ‘용돈 뿌리기’부터 바로잡고 ‘부자 벌주기’ 수단으로 기울고 있는 부동산 세제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세 이슈로 ‘법인세를 높여선 안 되며 복지를 줄이자’는 주장으로 사설을 마무리했다. 

▲ 3일 한국경제 사설
▲ 3일 한국경제 사설

지난달 4일 중앙선데이는 “스마트폰·가전·자동차에도 디지털세? 구글세 갈등 ‘삼성세’로 불똥 튈 수도”에서 “자칫 한국도 디지털세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른바 ‘구글세’ 논란이 ‘삼성세(Samsung tax)’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한 뒤 재계 고위관계자의 우려도 익명으로 전했다. 
중앙선데이는 해당 기사에서 디지털세 부과로 국내 대기업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 뿐 아니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기업들이 세금부담을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해 소비자 부담이 늘지 모른다는 내용 등을 함께 전했다. 즉 거시경제 차원, 기업 입장, 소비자 입장을 다각도로 분석한 기사다. 

이중 기재부는 특정기업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입장을 냈다. 이틀 뒤인 지난달 6일 기재부는 “OECD가 세부사항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으로 세부사항에 따라 과세범위가 정해질 예정”이라며 “삼성과 같은 특정기업이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것처럼 언급하는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최근 다수 언론이 중앙선데이가 제시한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나 기재부의 해명을 외면한 채 국내 재벌이 이미 디지털세 대상이고 큰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제16호’에서 글로벌 IT기업의 조세회피에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일부 중국 게임사 등이 포함된다.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유럽에선 유럽연합 차원에서 일부 국가가 반대해 진통을 겪고 있지만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일국 차원에서 디지털세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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