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의 10대 노동의제’를 발표했다. 정부의 후퇴한 노동개혁 의지에 촉구 목소리를 높인다는 취지다. 죽음의 외주와 금지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죽지 않고 일할’ 노동기본권 확보 등 세부 과제가 여기에 포함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일 보도자료를 내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 몸을 불사른 지 50주년이자 20대가 끝나고 21대 국회가 열리는 2020년을 맞아 올해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모아 10대 의제와 세부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우리 연구소 차원에선 최초로, 문재인 정부 노동개혁 의지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판단에 강하게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주요 의제 가운데 시급 과제로 꼽힌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시대에 뒤처진 노동 법제도 시정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명시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주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정노동시간 제한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 부당해고 제한과 구제신청,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이다.

연구소는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제외는 1998년 시행령 개정 때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사업장 쪼개기 유인을 줬고 22년이 지난 오늘 397만명이 법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1일 11시간 최소 휴식시간제 도입과 급증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도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의제로 꼽혔다.

죽음의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 ‘죽지 않고 일할 권리’도 핵심 의제다. 연구소에 따르면 사망 만인율(노동자 1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은 2016년 0.96%에서 2018년 1.12%까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업무상 재해 사망자가 855명으로 전년보다 116명 줄었다고 홍보했으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171명으로 더 크게(178명) 늘었다.

연구소는 “죽음의 외주화를 막으려면 유해·위험작업과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해야야 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규정을 구체화했지만 지나치게 좁다”고 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년 간 3명 이상 산재로 숨진 사건에서 사망자의 85%, 부상자의 89%가 하도급 업체에서 나왔다. 연구소는 “중대재해를 막으려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처벌, 원청의 공동사용자 책임 부과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최저임금 공약을 못 지켜 송구하다”며 사실상 포기 선언한 임금격차 축소도 시급 의제다. 연구소는 “2017년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정당은 2020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이행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2022년에 달성하려면 매해 700원(8%)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7배 안으로 최고임금 상한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최고임금제 도입과 종합소득세 최고한계세율 인상’도 임금격차 축소 과제다. 이외에 △산별교섭 촉진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공동근로복지기금 또는 사회연대기금 조성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공시제 도입도 포함됐다.

연구소는 이외에 10대 핵심 의제와 세부과제로 △상시ㆍ지속 일자리는 정규직 직접고용(상시ㆍ지속 일자리 판정 기준 재정비 등) △노조 할 권리(ILO 기본협약 비준)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노동자성 판단기준 법제화 등) △차별과 괴롭힘 받지 않고 일할 권리(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사회 안전망(기초연금 수급자격 완화 등) △일터민주주의 강화(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법원 신설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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