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불공정계약 파문이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 김금희의 폭로를 비롯해 올해 수상 선정자들이 수상을 거부하고 지난해 수상자인 윤이형은 절필을 선언하면서, 과거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와 월간지 기고자를 비롯한 동료 작가들이 줄이어 SNS를 통해 연대하고 나섰다.

불공정 파문은 이상문학상 운영 출판사인 문학사상사가 수상자에게 저작권 양도를 요구해온 계약 관행이 지난달 초 세간에 알려지며 시작됐다. 작가들과 문학사상사가 낸 입장을 종합하면 문학사상사는 그간 이상문학상 수상 동의서에서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 동안 양도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 작가가 개인 단편소설집을 낼 때 수상작은 표제작으로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도 수록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문학사상사는 이에 이의를 제기한 작가들만 일부 조항에 한해 삭제해왔다.

김금희는 지난달 4일 트위터에 “어제 모 상의 수상후보작이 됐다는 전화를 받고 1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금희는 시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제발 다음해에 선정 전화를 받는 작가는 그의 저작권을 '양도'할 일이 없기를, (저작권) 사용을 그의 노동에 당연하게 '허락'하며 격려받은 기분으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올해 수상자인 작가 최은영과 이기호도 이후 같은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지난해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는 지난달 31일 항의의 뜻에서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앞서 28일 절필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트위터에서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돌려드릴 방법이 없다. 나는 이미 상금을 받았고 그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다. 더불어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내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사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6일 예정됐던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채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문학사상사는 “원래 대상 수상자에게만 요구했던 조건인데 직원의 실수로 우수상 계약에도 포함됐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알려지며 제대로 된 시정과 공식 사과 요구에 부딪혔다.

▲작가들의 트위터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 해시태그 선언.
▲작가들의 트위터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 해시태그 선언.
▲독자들의 트위터  “문학사상사 보이콧” 해시태그 선언
▲독자들의 트위터 “문학사상사 보이콧” 해시태그 선언.

과거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와 월간 문학사상 기고자들을 비롯한 작가들이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줄이어 업무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2008년 대상을 받은 작가 권여선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 해시태그를 달고 “윤이형 작가님의 글을 읽고 깊이 반성한다.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내가 부끄럽다”며 “문학사상사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바닥부터 새롭게 바꿔나가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구병모, 권창섭, 오은, 이원석, 장류진, 조해진, 강혜빈, 황정은 등 작가와 월간지 문학사상에 연재해온 이원영 동물행동학자 등 수십명이 업무 거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독자들도 ‘#문학사상사_독자_보이콧’을 해시태그로 내걸고 대거 문학사상사 출판 도서 불매운동에 나서 문학사상사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까지 파문이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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