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일각에서 이를 소재로 노동시간 단축에 반발하는 경영계 요구를 관철하려는 보도가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30일 ‘중국기업, 한국산 마스크 SOS…국내 제조사는 주52시간 발목’ 기사를 내 “국내 마스크·방호복 제조업체들은 주 52시간에 걸려 이런 중국기업들의 ‘SOS’ 주문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사는 한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사례를 들며 “갈수록 폭증하는 마스크 주문이 즐겁지만은 않다. 이유는 주 52시간 시행으로 직원들에게 추가 근무를 지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는 기사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시점에 맞춰 고용노동부의 마스크업체들에 특별연장근로 인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기사는 “중국기업들의 ‘SOS’ 주문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가를 요청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며 “해당부처에는 (…) 초기부터 사례가 늘어날 경우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업무량 대폭 증가에 따라 마스크 생산업체들에 특별연장근로 허용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주52시간 이상 근무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시행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연구개발의 국가경쟁력 강화 △인명 보호 등을 위한 긴급 조치 등으로 대폭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주52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는 제도로, 그간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유일한 사유로 인정해왔다. 시행규칙 개정은 경영계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반발을 수용한 조치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처음 이뤄진 확대 조치다.

▲헤럴드경제 30일 5면
▲헤럴드경제 30일 5면

노동부는 보도 이튿날이자 개정 첫날인 31일 한 마스크 제조업체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검역소의 대응요원, 중앙의료원 등 병원 직원 등에 지급하는 마스크를 생산하는 A업체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사유를 들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노동부가 시민사회와 노동계 반발을 뚫고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일부 보도가 신종 코로나 확산세에 기대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에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인다. 노동부는 이날 “여타 위생 마스크 및 소독약품 생산업체에 대해서도 주문량 폭증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있을 경우 적극 검토(제4호 사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보도의 주장과 같이 노동부가 최근 시행규칙에 추가된 ‘경영상 사유’를 적용해 장시간 노동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공산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양대 노총은 같은 날 성명을 내 “사용자를 위한 일방 특별연장근로 확대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법률단체는 앞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노동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벗어난 위임입법 범위 일탈이자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 분명한 조치”라며 반대의견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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