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자기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무죄를 받았다. 딸의 부정 채용은 인정하면서도 뇌물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이었다. 김 의원은 부정 채용에 유감 표명 대신 “검찰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처벌하려 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도 자신의 처조카를 대우조선해양에 부정 취업시킨 혐의가 1심(유죄)과 달리 2심 무죄로 선고되자 “정권 지시를 받은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수사를 했는지 드러난 사건”이라며 검찰에 독설을 쏟아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8년 2월 송 전 주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여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의 처조카 부정 취업 혐의 외에도 송 전 주필이 2007~2015년 부정한 기사 청탁을 대가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홍보대행업체)에게 4947만원 상당의 재물·재산상 이익을 수수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골프접대 147만4150원만 배임수재죄로 인정했다. 1심이 송 전 주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처조카 부정 취업’(변호사법 위반)은 매우 무거운 죄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 9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마저 무죄로 선고하며 송 전 주필 손을 완벽히 들어줬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미디어오늘, 자유한국당.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미디어오늘, 자유한국당.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특혜 채용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송 전 주필 처조카인 임아무개씨는 지역 고려, 학군별 학점 등의 이유로 2014년도 하반기 대우조선 대졸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송 전 주필 취업 청탁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임씨의 면접 점수, 채용 인원 등을 보면 임씨는 본인이 지원한 ‘경영관리’ 분야에 합격할 수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지원 부서를 ‘조달’ 분야로 변경했고 최종 합격 후 2015년 1월1일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1심은 “송희영 처조카 임씨는 송희영의 취업 청탁에 따른 부당한 특혜에 힘입어 대우조선에 취업했고 이는 대우조선 대표로서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최종 결재권자인 고재호(전 대우조선 사장)가 임씨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2심도 송 전 주필이 고재호 전 사장으로부터 ‘처조카 취업 기회’라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봤다.

1심은 ①대우조선이 송 전 주필 처조카에게 특혜 취업 기회를 제공한 것과 ②송 전 주필이 2015년 1월 청와대에 고재호 전 사장 연임을 청탁 내지 알선한 일 사이에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변호사법 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법원은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우조선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에 관해 청탁·알선 목적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처조카 취업 기회)을 받은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2심은 송 전 주필이 2014년 9월 고 전 사장에게 처조카 취업을 부탁할 당시, 이 같은 ‘취업 청탁’이 고 전 사장 연임에 관한 대가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전 사장도 송 전 주필에게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청탁을 부탁하고자 송 전 주필 처조카 채용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미디어오늘.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미디어오늘.

쉽게 말해 ‘처조카 취업 기회 제공’과 ‘안 수석에 대한 송희영의 고재호 연임 청탁’ 사이 대가 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으로, 2심은 송 전 주필이 처조카 취업을 청탁한 시점이 2014년 9월인 반면, 고 전 사장 연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산업은행(대우조선 대주주)이나 언론 등에서 지펴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4년 12월 이후라고 판단했다.

즉, 고 전 사장이 2014년 연말에야 사장 연임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걸 알았고 그제서야 주위 유력 인사에게 청탁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2심 재판부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고재호가 설령 송희영 처조카의 취업 부탁을 승낙하며 향후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 송희영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인식하거나 예정하고 있었더라도 이는 연임과 관련한 막연한 내심의 기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리어 2심 재판부는 ‘송희영 처조카 취업 제공’에 대해 “고재호로서는 대우조선 평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력 언론인 송희영과의 친분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대표이사 연임 청탁의 대가와는 관계없이 송희영 부탁에 따라 얼마든지 임씨(송희영 처조카)를 채용할 유인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송희영으로서도 당시 국내 3대 조선사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에 관한 소식과 국내외 해양조선업계와 관련한 최신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는 통로로서 고재호를 계속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처조카 취업 부탁과는 무관하게 고재호(의 연임)를 도울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처조카 취업과 송희영의 고재호 연임 청탁 사이의 대가 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송희영이 (처조카 취업을 청탁했던) 2014년 9월경 고재호에게 자신이 대우조선 사장 연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무원과 친분 관계가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 정작 검사는 아무런 주장과 입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 무죄 판결에 누리꾼 사이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듯 송희영 2심 재판부의 “부정한 채용은 있지만 법 위반은 아니다”는 결론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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