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국회가 주도하는 사법개혁”을 강조했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하며 판사 뒷조사 파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렸다. 사표가 철회된 후에도 그는 법원 내에서 사법농단 문제를 공론화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 법원을 떠난 그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전 판사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지난해 가을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며 “올 1월 무렵 계속 도망 다니는 것 같은 내 모습이 별로 좋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를 뵐 기회가 있어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정말 민주당의 핵심 과제로 사법개혁을 다룰 것인지’ 물었다”며 사법개혁이 정치 입문 계기였다고 했다.

이 전 판사는 “2019년 2월 법원에서 나올 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등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검찰이 대법원에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해 5월) 1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법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결정했다. 그때 엄청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가 지난달 31일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국회가 주도하는 사법개혁”을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화면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가 지난달 31일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국회가 주도하는 사법개혁”을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화면 갈무리.

이 전 판사는 “당초 공익변호사 단체에 합류하게 된 건 사법개혁 때문이 아니었다. 기본권과 인권을 보호할 소송들, 특히 빈곤·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아 빈곤한 사람들의 형사 절차 소외 문제를 따져보려고 했던 것인데 5월 이 사건(면죄부 결정)이 터지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법원이 사법개혁을 주도하면 재판 받는 국민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며 ‘재판 과정의 투명성’을 사례로 들었다. 녹음이나 녹화를 통해 재판 과정이 기록되는 것이 국민 알권리나 공공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판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

이 전 판사는 “개혁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개혁 과정과 내용은 바뀐다”며 “국회가 주도하면 이런 것들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판사는 ‘비위 법관 탄핵’과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 등을 사법개혁 일환으로 주장해 왔다.

이 전 판사의 정치권 입성에 비판도 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연진 인천지법 판사는 “법복을 들고 다니며 정치하려는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우려했다.

이 전 판사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지난 1월13일 사법농단 관련 첫 판결이 있었는데 무죄가 나왔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데 거기(유무죄 여부)에 그치면 사법농단에 대한 공적 확인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법관을 탄핵한 적도 없다”며 국회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이 전 판사는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 ‘프레임’도 지적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2017년 4월 법원 진상조사위가 첫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판사 뒷조사 파일이 나왔다. 진실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조선일보는 ‘블랙리스트’ 정의를 바꿔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계속 보도하니까 진짜 없는 것처럼 돼 버렸다. 내게 ‘왜 거짓말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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