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을 찾으려는 예술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강당에서 예술노동포럼을 열었다. 동화작가, 공연‧영화배우, 출판노동자, 뮤지션 등 예술인들은 이 자리에서 노동조합을 띄우고 교섭을 시도하면서 겪은 안팎의 편견과 사용자 설정의 어려움 등 고충과 극복 과제를 공유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노조 설립에 앞서 ‘예술은 노동이 아니다’란 안팎의 인식이다. “다같이 고생하는데 누굴 적으로 보고 교섭 하겠어.” “(노조)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 자리 잡으면 생각해볼게.”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은 2017년 노조 설립을 준비하면서 동료들에게 주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임정자 어린이청소년동화작가연대 저작권위원장은 “‘노동자 하기 싫어서 작가한다’는 한 유명 작가의 말만큼, 작가들 스스로 창작활동은 노동이 아니란 ‘자긍심’이 있다. 현재는 노조보단 ‘연대’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계약 형태는 다양하지만, 법적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 같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안명희 조합원(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은 “문화예술인 가운데 노동 형태가 가장 기존 노동자 규정에 들어맞는 출판노동자마저 법적 노동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 출판노동자들은 직장에 출퇴근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재직과 외주(특수고용)를 오가거나 동시해 수행하기에 고용형태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학교예술강사는 간접고용 초단시간 노동자로 월평균 100만원 수준 급여를 받고 일한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최소한의 보수지급 규정 없이 일하고, 당일해고나 부당해고가 일상이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강당에서 ‘문화예술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결성했나?’를 주제로 예술노동포럼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문화예술노동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강당에서 ‘문화예술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결성했나?’를 주제로 예술노동포럼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문화예술 노동자 안팎의 인식을 바꾸고 교섭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등 목표를 공통 과제로 꼽았다. 어린이청소년동화작가연대는 ‘노동자로 권리와 저작권 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부터 단단히 하기 위해 창작노동 실태조사를 진행해왔다. 임정자 위원장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실제’ 실태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3달 째 문항 작성도 하지 못한 상태”라며 “작가들의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노조 설립과 활동의 근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뮤지션유니온은 창작과 공연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넘어 음악산업 내에서 교섭대상을 분명히 설정해 구체적인 요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 방송사 등 행사나 공연을 주관하는 기획사들, 음원 플랫폼을 상대로 구체적인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은 “순수예술분야는 특히 교섭 상대를 찾기 힘들거나, 대부분 국가기관이라 정당한 보수를 요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가에게 하루 전시 대가로 250원을 준다고 한 것이 최근 사례다”라며 “이들의 창작노동 대가를 어떻게 기준 잡아야 할지 전혀 얘기되지 않고 있어 이것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공연예술인노동조합·뮤지션유니온·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전국영화산업노조·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자지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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