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8대 사장 선거가 '6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내부에서만 6명이 출마 의사를 확언했다. 확언한 후보자는 김종구 편집인·김현대 선임기자·박중언 선임기자·서기철 전 부장·양상우 사장·정남구 기자(가나다순) 등이다.

앞서 지난 22일 한겨레 사장 선거는 3~4파전으로 예상됐다. 기존에 3명(김현대 선임기자·박중언 선임기자·정남구 기자)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양상우 현 한겨레 사장 3번째 임기 도전 여부가 관심사였다. 당시 양 사장은 임기 재도전을 고민하는 상황이었고, 출마를 확답하지 않았다.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하지만 양상우 사장은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오후 긴급 임원 회의에서 제18대 사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복수의 취재원들이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29일 하루에만 긴급 회의가 두 번 있었다. 오전에 열린 첫 번째 회의는 실국장임원연석회의였고, 오후에 열린 두 번째 회의는 실국장을 제외한 임원 회의(양상우 사장 측근)가 진행됐다. 두 번째 회의 때 양상우 사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자 김종구 편집인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예상치 못한 김종구 편집인의 출마 선언으로 선거는 ‘6파전’이 됐다. ‘편집인’은 편집에 관한 일을 도맡아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사실상 사장 다음 자리로 2인자인 것.

구성원들은 18대 사장 선거가 ‘난립하는 모양새’라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 소속 A기자는 “두 분이 사실상 함께 3년 경영을 한 거다. 그러면 이번 선거는 지난 3년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클 텐데 경영 대표인 사장과 편집인이 함께 나오는 모양새는 이상하고 명분이 없다”고 평가한 뒤 “편집인을 했던 본인이 사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지난 3년을 두고 비판해야 하는데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마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후보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소속 B기자는 “한 후보는 과거 사장 선거에 출마해 표를 얼마 얻지 못했다. 전력 때문에 나오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또 출마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소속 C기자는 “출마를 선언한 또 다른 후보는 정말 몇 표 안 나올 것이다. 그간 경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종구 편집인은 30일 미디어오늘에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종구 편집인은 “이런 식으로 선거 구도가 흘러가면 결과가 어떻든 더 헤어나올 수 없는 분열과 갈등의 골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저는 그동안 사장파와 비사장파 중간자 위치에서 양쪽을 화합하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힘을 많이 썼다. 어떤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없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진보언론계에서 대표주자 격인 사람이다. 신문을 제대로 살릴 것이다. 한겨레 신문 사장의 역할 자체도 중요하지만, 얼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장 적격자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강한 세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구 편집인은 “다만 상황이 이러니까 훌훌 털고 그냥 나갈까 생각했다. 더 이상 미련을 부리지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한겨레에 많은 걸 포기하고 입사했다. 이런 조직을 만들려고 많은 걸 포기한 게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한겨레를 정리해주고 토대를 갖춰주고 싶다. 필생의 작업을 하겠다. 사장 선거결과를 정권교체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술회했다.

한겨레 사장 후보자 등록은 30일 오전 10시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한겨레 대표이사 후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위원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한겨레 사외이사)는 다음달 3일 후보자를 알린다. 이후 후보자마다 대리인 2명을 선임해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표는 다음달 13일 하루 동안 진행된다. 투표가 끝나면 선관위는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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