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행정광고비 지급을 둘러싸고 반년 넘게 갈등을 빚은 용인시청과 경기경제신문 간 다툼이 쌍방 고소로 확대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기자를 고소한 건 이례적이다. 시청은 해당 기자가 ’광고비를 받으려고 협박을 했다‘는 입장이고 기자는 ‘시청이 특정 언론사들에만 차별적으로 광고를 준다’고 주장한다.

용인시청은 경기경제신문 A기자가 지난해 시청에 광고비 지급을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공갈, 협박, 모욕 등이 벌어졌다며 이달 중순 A기자를 용인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먼저 고소에 나선 쪽은 A기자다. A기자는 지난해 8월 용인시 한아무개 공보관을 모욕으로 고소했고 김아무개 팀장을 상대론 감사원에 민원을 넣었다. A기자는 이후 두 건을 모두 취하했으나 지난해 말 한 공보관을 명예훼손으로 다시 고소했다. 양측 갈등을 보도한 기사에 용인시청이 ‘일부 지역 언론이 과도한 광고비를 요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보도자료를 베끼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이를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한다’고 밝히자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자료사진. ⓒpixabay.
▲자료사진. ⓒpixabay.

용인시 언론계 등 취재를 종합하면 갈등은 지난해 3월 시작됐다. 용인시는 3월 말 B인터넷신문이 창간 광고 계약을 요구하자 ‘이미 한 차례 광고가 나갔다. 책정된 예산을 벗어나 광고 지급이 힘들다’며 양해를 구했다. 당시 B인터넷신문은 영업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매체였다. 그러자 B인터넷신문과 친분이 있는 A기자가 ‘용인시가 매체 별로 미리 한 해 광고비를 세팅해놓는건 지역 언론 통제’라며 항의하기 시작한 것.

공보실이 ‘본인의 회사도 아닌 다른 회사 광고를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A기자는 더 강하게 대응했다. A기자는 자신의 SNS와 경기 지자체 출입기자들에 이 사실을 알리며 용인시청 비판을 계속했고 시청은 5월 A기자를 만났다. 그런데 시청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A기자가 화를 내며 시장 비서실로 곧장 올라가 시장 면담요청을 했다. 이에 공보관이 A기자를 찾아갔고 광고비 요구를 들었다. 며칠 후 A기자가 요구한 3개 매체에 용인시 광고가 집행됐다.

문제는 8월 다시 불거졌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지급된 용인시 행정광고 내역이 공개되자 A기자가 ‘너무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결과’라며 시청 언론홍보비와 언론사 보조금 집행 내역 일체 정보를 공개해달라 요구했다. ‘특정 언론사엔 수천만원을 지급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소규모 인터넷신문은 홀대하는 게 부당하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양측 입장은 갈린다. 이 직후 양측이 만난 자리에서 A기자는 “광고비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시청은 광고를 요구받았다는 입장이다. A기자는 공보실과 식사자리에서 ‘경기인터넷언론인협회 사단법인을 만드는데 4개 매체에서 출자금을 5000만원이나 낸다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A기자는 “협회 설립 얘기를 하다 나온 말일 뿐이고, 광고 얘기도 열심히 일하는데 홀대받는 군소매체를 신경써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A기자는 바로 다음 날 백군기 용인시장을 만나 광고비 집행이 부당하다며 ‘3년 치 내역을 분석해서 문제를 짚어주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보실로 내려간 A기자와 공보관은 크게 싸웠다. A기자가 3년치 자료를 요구하자 공보관이 ‘의도가 불순하다’, ‘나가라’며 거부했다. A기자는 이를 모욕으로 공보관을 고소했다.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 중이다. 용인시청은 광고비를 요구하는 의도라며 광고비 집행 내역 공개를 계속 거부했지만 12월 행정심판 결과 공개 처분이 나와 공개했다. 일부 내역에서 광고 의뢰 날짜와 광고비 지급 날짜가 뒤바뀌면서 큰 금액 오류가 생겼다. 용인시는 실무관 실수라 해명했고 A기자는 “용인시가 고의로 위·변조한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용인시청과 경기경제신문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도된 기사 헤드라인.
▲용인시청과 경기경제신문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도된 기사 헤드라인.

경기도 28개 시·군 공보실도 관심을 갖고 이 사건을 지켜본다. 광고비 책정을 둘러싼 언론과 갈등은 지자체 대부분이 겪는다. 한 공보담당자는 “의회에선 언론 홍보 예산을 계속 줄이는데 매체는 늘고 있다. 이중엔 보도자료만 쓰거나 건강하지 않은 비판을 하는, 언론활동보단 광고비에만 관심있는 매체가 있다. 수익원이 없는 지역언론을 살리려면 작은 언론사에도 공공기관 광고가 필수적이다. 이 균형을 맞추는 고민을 (지자체 공보담당자) 누구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 광고 집행 기준 조례를 만드는 경기도 지자체도 늘고 있다. 2013년 시흥시가 제일 빨리 제정했고 수원시는 지난해 7월, 용인시는 12월 제정했다. 세부 내용은 각기 다르나 “일정한 원칙을 정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은 같다. 모두 ABC협회가 발표한 발행부수와 시정 보도 건수를 기준으로, 매체 영향력, 광고효과 등을 종합 검토해 광고비를 책정한다고 밝힌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신문에는 수원과 용인시 모두 “2년 이상 정상 발행하고 해당지역에 본사를 둔 언론”만 광고 집행 대상으로 둔다. 셋 중 가장 구체적인 시흥시 조례는 “신생매체는 발생부수가 ABC협회 기준 5000부 이상이 돼야 출입등록이 가능하다”고 정한다. 광고 비중이 지면의 절반이 넘거나 주주·발행인·편집인이 형법·신문법·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한 매체는 광고 대상에서 제외한다.

A기자는 “오래됐다고 좋은 언론사가 아니다. 10~20년 출입했다고 타성에 젖어 기사 쓰는 곳이 많은데 광고비를 고정으로 주고, 신규 매체나 인터넷신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다. 그걸 개선하라고 싸우고 있다”고 했다. 반면 경기 지역언론 사이에선 ’그럴거면 왜 광고비를 요구했느냐‘며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A기자는 “내가 속한 매체의 광고비를 요구한 적은 일절 없다”고 반박했다.

경기도 내 한 공보담당관은 “건강한 매체도 많지만, 기관 출입만 등록해놓고 광고비를 요구하는 매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자체 예산은 세금인데 끌려다닐 수 없는 일이다. 기관 입장에서 광고 효과가 큰 매체에 광고를 더 줄 수밖에 없고, 보도자료만 쓰는 언론사에 광고비를 마냥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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