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 CEO가 해외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방문한 게 뉴스 가치가 있을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이 설 연휴기간 브라질 법인과 공장을 다녀왔다라고 한 문장으로 끝날 상황을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삼성제공’이라는 활자가 박힌 사진을 실은 것을 보면 언론은 현지 취재도 않고 삼성발 소식을 따라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이 부회장이 브라질을 찾아 중남미 사업 현황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앙일간지 대부분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28일 “이 부회장은 작년 설과 추석 때도 각각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시 삼성물산 지하철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장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을 동행한 인물, 방문지 중요성, 삼성전자 관계자 발언에다가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자”고 현지 임직원들에게 한 이재용 부회장 발언도 보도했다. 그리고 이 부회장이 현지 임직원과 악수하는 사진을 실었다. 물론 사진은 ‘삼성전자’ 제공이다.

다른 언론의 보도도 대동소이했다. 한겨레는 28일 “이재용, 설 연휴 브라질 공장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진을 실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29일 이재용 부회장이 현지 공장에서 스마트폰 조립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을 단 사진을 실었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브라질 공장 시찰 관련 일간지 보도 모음.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브라질 공장 시찰 관련 일간지 보도 모음.

중앙일보는 ‘개척자 정신’을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고, 이 부회장이 식당에서 현지 직원들과 대화하는 사진을 실었다. 역시 삼성제공 사진이다. 한국일보 기사 제목은 “이재용, 브라질 공장 방문....6년째 ‘명절 현장경영’”이었다. 삼성전자 제공 사진을 실었다.

세계일보는 이례적으로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브라질로 간 이재용 부회장 관련 보도를 내놨다. 28일자 신문에선 설 연휴 브라질 현장 점검 나선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29일자 신문에선 “브라질 공장 둘러보는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제목을 단 사진을 실었다. 하루 시간 차이가 난 기사와 사진에선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동아일보도 28일자 신문에선 “이재용, 설연휴 브라질 찾아 ‘개척자정신’ 강조”라는 제목으로 보도한데 이어 29일 신문에서 스마트폰 조립 모습을 지켜본 이재용 부회장의 사진 기사를 실었다.

매일경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명절 때 해외 현장경영을 간 일시와 출장지를 정리한 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임직원과 악수하는 삼성제공 사진을 실었다. 이밖에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국민일보, 전자신문, 아주경제, 헤럴드경제, 아시아경제 등이 관련 소식을 다루고 삼성제공 사진을 썼다.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 18위인 삼성전자 경영자의 행보는 뉴스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관련 언론 보도는 설 연휴 때 해외 공장을 시찰했다는 것 말고는 새로운 뉴스가 없다. 오히려 설 연휴 때도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시장 감소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삼성전자 제공 사진이 실렸다는 점에서 홍보성 기사로 볼 수 있다.

28일자 신문 백면에 삼성전자 전면 광고가 실린 매체는 내일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였다. 29일자 신문에선 경향신문, 문화일보가 삼성전자 백면 전면광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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