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2월13~14일 ‘2020노동자건강권포럼’을 앞두고 포럼 공동기획위원회와 1월28일~2월6일에 걸쳐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 편집자주

따져보면 세월호 참사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게 대처했던 이전 정부에 대한 국민들 불안과 불신으로부터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 안전을 국시로 하겠다’고 표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산업재해 사고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고,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해왔다.

이를 위해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도 여러 제도, 정책 변화가 있었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도입되면서 처음으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 위험에 대한 대책이 법 체계 내로 들어왔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다.

근로기준법도 중요한 제도적 진전이 있었다. 연장노동시간 한도를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고, 무제한 일을 시킬 수 있던 ‘특례업종’을 대폭 줄였다. 꾸준히 사회적 문제가 되던 직장내괴롭힘을 법으로 규율하게 된 것도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재와 관련된 목표도 수정했다. 산재율 자체를 낮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인 사고사망을 줄이는 것으로 산재예방활동의 집중점을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한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공감 덕에 개정될 수 있었다. 게다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정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사이 법 개정의 취지마저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높다. 감정노동자 보호나 직장내괴롭힘 조항 역시 이슈가 되는 문제에만 땜질식으로 접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 사이 노동자들의 자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가 나서서 탄력근로시간제 등 단축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선전하고, 사실상 시행 자체가 유예되고 있다. 2019년 건설현장 집중패트롤로 산재사고사망 감소폭이 역대 최고라고 하는데, 과장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할 권리 보장,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노동권 확장과 관련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정치권의 마음은 벌써 총선거와 의석수에만 가 있는 지금, 노동자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을 돌아볼 때다.

노동자건강권포럼 공동기획위원회는 오는 2월13~14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광화문홀에서 ‘2020노동자건강권포럼’을 개최한다. ※ 참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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