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위원장 강상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관련 ‘루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때 관련 심의가 과도하긴 했으나 어느 정부건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한 게시글 삭제가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방통심의위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사실과 동떨어진 개연성 없는 정보에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전파성을 악용해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는 사회혼란 야기 정보에 대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며 “해당 내용을 퍼트리는 것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른 시정요구 대상”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게시글을 대상으로 삭제를 요구하는 심의를 진행한다.

▲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러자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사실 광우병 선동이나 민주당 의원들이 노래까지 부르고 집단으로 춤춘 ‘사드 전자파 튀김’ 선동에 비하면 우한 폐렴 관련 선동은 나는 인지하지도 못하는데, 슬그머니 검열·삭제 들어가려는 것을 보니 중국 사대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는 “중국몽의 완성은 인터넷 검열과 삭제”라며 중국에 빗댔다.

이준석 위원장은 사드 배치 당시보다 허위정보 및 음모론 유포가 심각하지 않은데 대응이 과도하다며 통심심의를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빗댔다. 방통심의위는 방송, 통신 분야로 나뉘는데 통신심의를 통해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한다.

▲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예시. 단정하지 않고 추정하는 내용도 삭제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예시. 단정하지 않고 추정하는 내용도 삭제했다.

사드 메르스 음모론 삭제했던 박근혜 정부

그러나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를 비교해보면 지난 정부 때 ‘검열’ 소지가 더욱 심각했다. 문재인 정부 방통심의위는 ‘모니터링’ 단계인 반면 박근혜 정부 때는 과도한 검열 소지로 보일 수 있는 조치가 비일비재했다.

2016년 7~8월 방통심의위는 사드 문제를 다룬 게시글 12건에 ‘삭제’를 의결했다. 해당 게시글들은 “사드 전자파로 인해 꿀벌의 활동이 교란되어 멸종하고 참외가 흉년이 들어 성주는 죽음의 땅이 될 것”, “상주의 꿀벌 전멸, 참외 전멸, 돼지 두 마리 생존 가능” “한반도 남쪽은 재앙을 맞을 것” 등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2014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방통심의위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한국 메르스는 미군의 실험일 수 있다’라는 게시글은 하단에 ‘허위’라는 점을 밝혔음에도 삭제했다.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원 개입설을 다룬 게시글, 북한 목함지뢰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주장 등을 삭제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방송을 대상으로 한 심의에서 정부 메르스 대처 미흡을 풍자한 MBC ‘무한도전’과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각각 ‘객관성’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행정지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 MBC 무한도전 방영화면 갈무리.
▲ MBC 무한도전 방영화면 갈무리.

이처럼 지난 정부 때는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컸던 음모론뿐 아니라 영향력을 얻지 못했던 주장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성 의혹 제기까지 일일이 대응해 삭제 조치했다. 다만, 추상적인 심의 조항인 ‘사회질서 혼란’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지난 정부와 현 정부가 다르지 않기에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심의 가능성에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하는 정보는 시정요구 대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사회 혼란 야기 정보는 누군가에게 유불리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인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 등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검열 논란’ 박근혜 정부 반복 않으려면

그러나 ‘사회질서 혼란’ 조항 적용은 방통심의위 내부 구성원들도 비판해왔다. 사드 관련 게시글 심의 당시 전국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성명을 내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이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재난 사태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 정보에 대해 규제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불안감을 비합리적으로 조장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사회질서 혼란이라는 추상적인 심의규정을 가지고 삭제 조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메르스 사태 때 삭제된 게시글을 보면 치사율이 과장됐다거나 사안 자체가 조작됐다는 등 사람들이 잘 믿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심의 조항이) 잘못 쓰일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정부 대책이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글을 삭제할 수도 있기에 관련 심의는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메르스 사태 때 정보를 차단·삭제하는 형태의 대응은 공중의 불신을 초래해 위기관리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위기 소통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번 대응이 어떤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결정됐는지 투명하게 설명함으로써 정보 통제라는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는 방역체계뿐 아니라 위기관리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질병관리본부 내에 위기소통 담당관실을 신설하고 ‘공중보건위기소통 지침’을 마련했다”며 “관계 기관들은 매뉴얼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중점 모니터링 실시와 같은 주요 조치 역시 질본 내 위기소통팀과 협의 및 전문 소통 자문단의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의 현황과 관련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중점 모니터링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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