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논객 진중권씨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요즘 언론계 ‘인기’다. 이는 기사량으로 드러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1월1일부터 1월28일 낮까지 ‘진중권’이란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는 54곳 주요언론사 기준 877건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간 ‘진중권’으로 검색된 기사 건수가 849건인 점에 비춰보면 최근 한 달 사이 진중권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월1일부터 28일 낮 12시 현재까지 ‘진중권’으로 검색된 기사는 2122건이었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종합일간지 기사량은 세계일보가 1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76건, 조선일보 70건 순이었다. 이어 국민일보(52건), 서울신문(43건), 한국일보(37건), 동아일보(27건)가 뒤를 이었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10건)과 한겨레(4건) 기사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제지 중에서는 아시아경제(73건), 한국경제(68건), 머니투데이(67건) 기사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 1일 JTBC 신년토론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
▲지난 1일 JTBC 신년토론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카인즈의 '연관어 분석' 결과.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카인즈의 '진중권' 관련 연관어 분석 결과.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신문지면에서의 언급량은 조선일보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가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한겨레는 2건(외부 칼럼 1건 포함), 경향신문은 0건이었다. 동아일보의 경우 1건에 불과해 조선·중앙과 차이를 보였다. 진보성향 매체들은 상대적으로 진 씨의 주장을 옮기는데 신중한 모습이다. 진중권씨는 동양대를 떠난 뒤인 지난해 12월27일부터 1월27일까지 한 달간 페이스북에 200여 건의 글을 게시했으며, 그의 날 선 메시지는 주로 보수언론을 통해 퍼지고 있다. 메시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진중권 “정봉주, 김어준 얘기하며 그XX는 돈 때문에 망할 거라더라”’, ‘진중권 “이번 인사, 친문 양아치 개그 촛불 사기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아야”’처럼 진씨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보도가 눈에 띄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자 ‘언제까지 조국 감싸고 검찰 흔들 것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드디어 청와대마저 미쳤군요”라고 적은 진씨 글을 인용했다. 

진씨를 가장 자주 언급한 조선일보 지면을 보면 진씨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3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JTBC 신년토론을 언급하며 “유시민 이사장과의 논쟁에서 진중권 전 교수는 이기고 있었다. 팩트의 힘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지난 14일자 칼럼에서 “우리에게 있는 한 장의 표를 절대로 쟤들(민주당)한테 주지 말자”고 한 진씨 발언을 인용하며 “하필이면 그가 야권의 대변인 같은 말을 하다니. 그래도 그 말은 맞는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1월18일자 김윤덕 칼럼.
▲조선일보 1월18일자 김윤덕 칼럼.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지난 18일자 칼럼에서 “우파인 교회 집사님의 요즘 낙은 매일 아침 진중권 페이스북에서 터져 나오는 촌평을 읽는 것이다. 뼛속까지 좌파인 논객이 쏟아내는 독설을 즐기며 그간 쌓인 화병을 풀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고 전하며 “진중권은 저 홀로 버라이어티하게 싸운다. 익명의 좀비 떼부터 소설가, 장관,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태권브이처럼 일당백으로 싸운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가 진씨를 ‘태권브이’로 명명한 순간이다. 

반면 이유식 한국일보 논설고문은 지난 13일자 칼럼에서 “그가 밤낮으로 날리는 독설도 진보 재건을 위한 ‘척후병’의 고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말이 너무 튄다”고 적었다. 백기철 한겨레 논설위원 역시 지난 22일자 칼럼에서 “언론과 지식인이 댓글 비판이 두려워 자기 검열하고 움츠러든다면 문제다”라고 지적하면서도 “진중권 유의 독설은 그런 폐해에 대한 과도한 반작용”이라고 적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책을 선택해서 먹고살게 해줬던 독자들이 찌질이, 저능아, 네오나치 수준으로 보이는가”라고 되물으며 “진씨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진씨를 가리켜 “공부를 안 한다”며 “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중권씨 발언을 인용하는 언론 보도들을 가리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또 그런 욕망을 대변해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해가려는 낡은 세력끼리의 협잡”이라고 적으며 “진중권 형과 쓰레거시미디어는 함께 몰락 중”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KBS ‘정치합시다’에 출연해 진씨의 메시지를 가리켜 “별 영향 없다.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다. 진 모 교수의 발언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혼자 얘기하게 내버려 두면 된다”고 말하며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반면 중도와 보수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박형준씨는 “진중권 현상”이란 표현을 써가며 “(진씨의 비판이) 여당에게 굉장히 아플 것 같다. 중도층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의미부여에 나선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진중권씨의 28일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진중권씨의 28일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진중권씨의 ‘메시지 볼륨’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진씨는 올해부터 경향신문 칼럼진에 합류했고, 한국일보에선 ‘트루스 오디세이’란 이름의 연재를 시작했다. 현 상황은 보수언론과 보수 야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진씨 주장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국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진씨와 관련된 언론 보도량을 정파적으로만 판단하다가는 진씨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소위 ‘샤이 진중권’들에 의해 총선에서 심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진중권씨는 ‘레거시미디어의 종언’을 주제로 한 지난 23일 한국일보 연재에서 “조국 국면에서 JTBC는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게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결과는 신뢰도 급락으로 나타났다. 반면 MBC는 노골적으로 당파적 입장에 서서 피의자에 유리한 대안적 사실(허구)을 창작했다. 그런데도 MBC 신뢰도는 이 시기에 급격히 상승했다”고 지적한 뒤 “대중은 사실보다 허구를, ‘대안적 사실’을 더 신뢰한다”고 주장하며 언론계에도 논쟁거리를 던졌다. 

진씨는 “대안매체에게 레거시매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레거시매체가 전하는 사실이 자기들이 만드는 ‘대안적 사실’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때문”이라며 “레거시매체가 가하는 팩트폭력에 대안매체는 또 하나의 음모론을 꾸며내 맞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씨의 주장은 △정파적 보도 △받아쓰기 보도 △오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신뢰도가 낮은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이 부재한 상황에서 ‘레거시매체=사실, 대안매체=대안적 사실’이란 이분법을 구사한다는 비판이 가능해 보이지만 기성 언론의 낮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안매체’에게도 저널리즘적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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