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기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7개 언론단체가 참여하는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시위는 설 연휴가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조선일보 창간일(3월5일)을 지나 동아일보 창간일(4월1일)까지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시민들의 관심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1인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동아일보 해직)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올해 100년이 되는데, 물론 그동안 잘한 일도 있다. 다만 두 신문이 나라가 망국의 위기에 섰을 때, 결정적 순간에 보인 보도행태에 대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나왔다. 적어도 사죄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이부영
▲17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이 이사장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입사했던 1960년대 후반, 나 자신도 그 신문의 과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당시 최고 부수를 자랑했던 동아일보가 절대적으로 좋은 신문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최민지 저술가가 쓴 ‘일제하 민족언론사론’을 읽고 동아일보의 실체를 알게 됐다. 그 책을 읽고 일제시대 동아의 추악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반성했다”고 전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동아일보가 민족의 분단이나 전쟁 등을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물론 우리가 1인 시위 등을 한다고 그 신문들이 폐간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역사를 시민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고 싶다. 그 신문들의 100주년에 이렇게 시위를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나가는 시민 중에 ‘왜 옛날 일 가지고 떠드냐’는 사람도 있었다“며 ”과거를 올바로 읽어내지 않으면 미래의 길이 열리질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지 않는 사람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돼있다. 개인의 운명도 그러한데 언론이나 나라가 지난날 잘못을 저지른 것에 새롭게 반성하는 자세를 가지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앞에서 성한표
▲23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앞에서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5일과 23일 1인시위에 참여한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조선일보 해직)은 “여러명이서 시위를 해본 적은 많지만 1인 시위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조선일보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조선일보 기자 후배들이 지나가도 한참 후배들이니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도 나의 얼굴을 모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나를 포함한 1인 시위자들이 들고 있는 팻말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 기자들이 이 피켓을 보고, 대의에 대해서 한번만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위를 하고 있으면 호의를 보이는 분들도 있는 반면 ‘야 이 빨갱이들아’라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일보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 ‘빨갱이’라고 몰리는 분위기가 되는데, 조선일보가 과연 어떤 역할을 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조선일보는 현재 어떤 일이든 좌우로 가르는 식의 보도를 한다. 그 역할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김종철
▲16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6일 동아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동아일보 해직)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 강점기 당시 그곳에서 일했던 일부 진보적인 기자 덕분에 일제에 저항하는 기사를 낸 적도 있다. 동아일보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 가슴에 지웠던 일장기를 복원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선과 동아일보는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예외적인 사례를 빼면 민족이나 공동체에 봉사하기보다, 대체로 권력에 친화적인 기사를 써왔다”며 “심지어 일제 ‘천황’을 찬양하고 전쟁을 통해서 동아시아를 지배하기 바란다는 식의 낯뜨거운 사설들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신문은 예외적 사례를 빼면 일관되게 100년 동안 독립이나 민주화, 민중 생활을 위해 기여하기보다, 지배세력과 권력의 눈치를 보고 정론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두 신문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계속 독자를 기만하면 국민적 공동체에서 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10.26 사태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독재를 찬양해왔고, 박정희의 죽음에 온 세상이 무너지듯 사설을 썼다. 최근의 논조도 비판할 지점이 많다”라며 “젊은 세대가 조선‧동아일보의 역사를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시위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문영희
▲20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왼쪽)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20일 동아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전 동아투위 위원장)은 “우리가 어떤 힘이 있어서, 그들을 제압할 순 없겠지만 시민들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백년 역사를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며 “두 신문은 100년을 맞았다며 행사를 하는데 우리가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있을 수 없었다”고 시위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문 위원은 “우리가 1인 시위를 한다고 당장에 무엇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민들이 그들이 왜곡한 역사를 하나라도 더 알아서 그 신문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한다”라며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보이면, 특히 그 신문들에 속해있는 젊은 기자들은 조직을 떠날 것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면 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날이 멀진 않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을 위한 1인 시위’는 서울 광화문 일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매일 오전 11시30분에 시작되며 동아일보 창간일인 4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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