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데이트 폭력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가 28일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갑작스레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원씨는 구체적 소명 없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원씨가 민주당 공보실을 통해 빠져나가는 과정을 두고 당에서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취재진 항의가 빗발쳤다.

원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성폭력 및 폭력 의혹에 대해 그는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며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 게다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이다. 그걸 견디기 힘들다”며 “더구나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다. 주장의 진실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 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씨는 입장문을 읽은 뒤 질의응답을 기다리던 취재진을 지나쳐 곧장 민주당 공보실로 향했다. 통상 기자회견 후 질의를 위해 원씨가 설 자리를 만들어뒀던 기자들은 그를 쫓아가며 질문을 던졌다. “(폭로한 전 연인에게) 소송할 건가”, “사실관계가 어떤 게 거짓이란 건가”, “이베이 ‘블라인드’ 논란도 많더라”, “(입장) 말씀을 했으면 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뭐가 사실이 아니란 건가”,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게 있나” 등 질의에는 어떠한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원씨는 취재진이 공보실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이, 반대편 입구로 나가 차량을 타고 국회 본청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원씨가 퇴장한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은 공보실이 사실상 협조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공보실 관계자는 “이걸 갖고 뭐라 하지 말라. 여기도 통로이고 저기도 통상적으로 쓰는 통로다. 그걸 안내해준 게 빼돌리고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 이쪽에 (원씨) 외투가 있어서 입고 나간 거”라며 “아까부터 ‘백브리핑’(공식 기자회견 뒤 이뤄지는 브리핑)은 본인이 안 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질문 기회 자체를 박탈했다’는 취지의 지적엔 “(원씨가) 나가면서 (따라 간) 다른 분들은 하셨다.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외투가 (공보실에) 있었던 것 뿐이다. 더 이상 (원씨를) 빼내고 말고 할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원씨를 영입한 당 차원의 입장이 부재한 점도 지적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은 원씨에 대한 후속대책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본질적으로 탈당 여부가 중요하진 않지 않나. 본인이 인재영입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했다”며 “공적인 신분을 내려놨으므로 차차 해결하거나 양해를 구하거나 사적인 영역에서 과거 연인에게 사과하거나 그럴 영역으로 돌아간 거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번 논란을 ‘사적 영역’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공적인 영역에서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 차원 입장표명 시기와 관련해선 “적절한 시기에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의 과거 데이트 폭력 의혹은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원씨 과거 연인이라 밝힌 A씨가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불거졌다. A씨는 “제가 용기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원종건씨의 정치 진출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신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다. 아래 내용은 모두 경험을 바탕으로 100% 사실만을 담았으며, 일말의 거짓된 내용조차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폭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원씨로부터 폭력·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본인 신체 사진 및 원씨와의 메신저 대화방 캡처 화면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20대 남성 청년’을 대표하는 인재로 영입한 원씨는 지난 23일 지역구 출마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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