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최대주주인 태영건설(회장 윤석민)이 인적분할을 결정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자 내부에서 우려가 나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변동인데, 어떤 식으로든 SBS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SBS본부·위원장 윤창현)는 지난 23일 SBS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노보 1면 ‘본부장편지’ 코너에서 “태영건설 發(발) 복합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소식을 비판했다.

▲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사실상 지주사격인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주)TY홀딩스’라는 투자회사를 신설하고 분할 후 존속회사를 ‘(주)태영건설’로 상호를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태영건설은 기존 모회사 역할과 경영관리 부담을 내려놓고, 건설 사업에 집중한다. ㈜태영건설과 분할 신설회사인 ㈜TY홀딩스 분할비율은 51:49다. 인적분할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주들은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게 된다.

이로써 윤석민 회장 지분율은 대폭 오를 전망이다. 분할 예정일은 오는 6월30일이다.

SBS본부는 노보에서 “지난해 3월 이사회 폭거로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파괴하고 SBS 재장악을 가속화했던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태영건설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태영건설 자체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과거 ‘SBS 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할 때 방송과 투자사업 부문을 나눴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TY홀딩스’ 설립은 SBS의 지배구조와 미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했다. SBS본부는 “태영홀딩스의 설립 목적은 분명하다. 윤석민 회장 취임 이후 흔들리고 있는 태영건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그룹 전체에 대한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SBS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기회,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대국민 약속이 모두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BS본부는 ‘SBS 매각설’ ‘지상파 포기설’ 이야기도 꺼냈다. 태영그룹은 8조3000억원(2019년 기준)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노보를 보면 SBS를 발판삼아 폭발적 성장을 구가해온 태영건설의 자산규모가 10조원 대에 육박하고 있다. 방송법상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지상파 지분율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SBS본부는 “이렇게 되면 태영건설은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여러 언론을 통해 매각이나 지상파 포기설이 떠도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며 “지난해에도 윤석민 회장 측이 SBS 매각을 검토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그저 아니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SBS본부는 “노동조합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미 SBS 소유경영분리 원칙을 파괴한 윤석민 회장이 1인 지배력을 더 강화해 SBS를 완전히 장악하는 어떠한 변화도 단호히 반대한다. 또 지배구조 변동의 과정에서 SBS의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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