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들은 제18대 사장으로 ‘낡지않고, 정파없고, 무능하지 않은 ‘3不(불) 사장’을 뽑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는 오는 2월13일 새 사장 선거를 치른다. 후보 등록은 30일 오전 10시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대표이사 후보 선거관리위원회’는 2월3일 후보자를 알린다.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한겨레지부·지부장 길윤형)는 노동조합 소식지 ‘한소리’ 126호에서 올해 처음 대표이사 선거에 참여하는 입사 3년 이하 조합원 3명(공채 1명, 경력 2명)을 인터뷰하고 이들이 어떤 대표이사를 바라는지 다뤘다.

한소리를 보면 인터뷰에 응한 한겨레 기자들은 △사업 역량을 갖추고 ‘한겨레’ 구성원들을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대표이사 △‘한겨레’의 추락한 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냉정하게 대책을 마련할 대표이사 △‘한겨레’스런 관행을 깨면서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편집국장을 선택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줄 대표이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력 공채로 입사한 A조합원은 “좋은 선배나 좋은 기자가 ‘좋은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00명 넘는 직원이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라면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입 공채로 입사한 B조합원도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과도한 기대보다 현실적인 바람을 얘기하고 싶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독자층도 흔들리고 있다. 한겨레 문제를 정파적 여론을 주도해 덮으려 하지 않는 사람을 기대한다”고 했다. 신입 공채 입사자 C조합원도 “대표이사 후보들 가운데 단기·중기·장기적 경영 계획과 목표, 그 안에 한겨레다움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선거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찍겠다”고 했다.

이후 기자들은 ‘대표이사 직선제’를 두고 우려를 전했다. A조합원은 “어떤 의견이나 활동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져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사내활동, 업무 계획, 회사 결정 등이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조합원도 “선거 구조적 측면에서 대표이사 선거라는 게 한겨레적 특수성을 통해서 얻은 ‘사내 민주주의’를 담보한다는 의미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한겨레 분위기를 보면 ‘누구누구 라인’이라든가 ‘정치적 해석’이 너무 첨예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라는 게 늘 최선의 방식은 아니다. 선거제가 한겨레가 똘똘 뭉쳐서 생존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자들은 ‘조국 사태’를 예로 들며 지난 2~3년간 겪은 한겨레를 이야기했다. A조합원은 “조국 사태 당시 젊은 구성원들의 성명과 노조가 주최한 편집국 대토론회를 보면서 그래도 한겨레가 최소한의 건강성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진이 진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물음표”라고 말했다. ㄴ조합원도 “토론회가 열렸다. 얘기해보자는 것만으로 좋았다. 하지만 실제 바뀌었다고 느끼는 건 없다. ‘윤석열 보도’도 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고 ‘심각하게 느끼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노조도 ‘생산적인 비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조합원은 “젊은 조직원으로서 선거 프레임에 관심도 없고 누구를 따라가겠다는 마음도 없다”며 “조합도 경영진을 비판할 때 생산적인 화두를 던졌으면 좋겠다. 지난해 젊은 구성원들의 성명 때도 회사와 노조의 정치적 갈등 탓에 또다른 오해를 낳을까 오히려 노조와 더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모두 대표이사 직선제에서 비롯된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차기 대표이사는 ‘뽕’ 빠진 편집국장을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겨레는 버려야 하는 ‘뽕’(낡은 습관)을 가진 것 같다. 우리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낡고 익숙한 관행은 깨는 편집국장이면 좋겠다.”(A조합원) “수십년 관성으로 ‘오늘도 한끼 때우듯’ 지면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B조합원) “인물 데스크석 기사도 1면에 나가고, 여행 기사도 과감하게 종합면에 진출하면 어떨까. 이런 시도가 없으니까 구성원들이 두루 다양한 퍼포먼스를 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30년 넘게 한겨레를 바라보는 시선을 벗어나 냉철한 외부 컨설팅을 받고 변화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 국장을 기대한다.”(C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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