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가 “악명높은 쪽대본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KBS ‘사풀인풀’(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은 명절에도 사람을 갈아넣으며 방송을 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하며 방송제작현장의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촉구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설 연휴 TV 편성표를 들여다보면, 원래 스케줄 대로 저녁시간 드라마를 편성한 곳은 KBS가 유일하다. MBC는 ‘두 번은 없다’를 결방하고 영화를 방영하기로 했고 SBS도 ‘스토브리그’를 결방하고 특집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악명높은 쪽대본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KBS ‘사풀인풀’은 명절에도 사람을 갈아넣으며 방송을 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 KBS의 ‘사풀인풀’은 작년말부터 과도한 촬영시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다른 방송사들은 바뀌는 제도에 맞추기 위한 시늉이라도 하면서 일일 14시간, 16시간 등으로 촬영시간을 줄이는 와중에, KBS는 여전히 일일 18시간 이상 촬영을 진행해 왔다”며 “말이 18시간이지, 촬영장소까지의 이동시간과 촬영을 마치고 장비정리를 하고 복귀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24시간에 가까운 노동시간이다. 아무리 드라마 막바지엔 스케쥴이 바빠진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는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 KBS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포스터.
▲ KBS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포스터.

이어 “다른 방송사처럼 명절 연휴는 결방을 하고, 스태프들도 좀 쉬고, 제대로 된 대본을 준비해서 방송을 이어가면 안되는 것일까. 만약에 방송사 내부의 편성 스케줄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편성팀 혹은 제작스케줄 담당의 직무유기나 능력부족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반년 정도롤 방송해 온 드라마 스케줄에 명절 연휴 대체편성도 고려하지 않았다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며 “그게 아니라면 편성을 바꾸는 것 보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노동강도로 일해온 백여명의 스태프들을 조금 더 혹사시키는 게 편하게 여겨지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다른 방송사들은 편성변경이나 대체편성이 쉬워서 드라마를 결방시키는 것이 아닐 것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방영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제 더 이상 방송은 특수한 직종이 아니고, 방송을 제작하는 이들도 특수한 이들이 아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공정한 노동기준, 사람은 하루에 8시간, 주 5일 일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정신이 직종의 특수성 따위의 허울좋은 족쇄를 벗어나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BS ‘사풀인풀’ 제작진은 미디어오늘에 “현재 KBS 주말드라마 사풀인풀의 스태프들은 하루 16시간,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근로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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