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피해자의 성착취물 및 신상정보가 유포된 이른바 ‘n번방 성착취 사건’을 국제공조수사로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청와대의 답변 기준을 충족한 데 이어 최근 도입된 국회 청원도 빠른 속도로 처리 요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n번방 성착취 사건’에서 ‘n번방’은 피해자의 신상정보 및 성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텔레그램 비밀방을 의미한다. 가해자는 해킹으로 미성년자·여성 등의 신상정보를 얻은 뒤 이들에게 성착취물을 요구해 이를 1번~8번방에서 유포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한겨레는 피해자가 최소 30명 이상일 거라 추측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에 대한 청원동의는 20여일만인 23일 20만을 넘겼다. 경찰이 텔레그램 본사가 있는 독일과 공조수사에 나서라는 요구다. 청와대 국민청원제도에 따라 30일 동안 20만 이상이 추천(동의)한 청원에 대해선 정부나 청와대 책임자가 답변을 내놔야 한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도 15일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게시된 지 10여일만에 5만여명 동의를 얻었다. 사전동의(30일 이내 100명)를 얻어 공개된 국민동의청원이 30일 안에 10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정식 의안으로 접수돼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다. 실질적 입법 가능성은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더 높은 셈이다. 청원 골자는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및 2차가해 방지 포함한 대응매뉴얼 수립 △범죄 예방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재조정 등이다.

행정·입법기구의 청원 창구가 동시에 달아오르면서 후속대응에 기대가 모이는 한편, 형식적 답변만 내놔선 안 된다는 당부도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22일  “사실 청와대 청원 시스템은 기만적이다. 청와대는 국가와 언론이 할 일을 전부 국민에게 떠맡기고 피해자가 국가권력에 눈물로 읍소하도록 했다. 20만명의 인원을 채우지 못한 일은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청원 인원을 채워가도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비겁하고 회피적인 답변만 내놓는 청와대를 이미 여러 번 봐왔다”고 지적했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갈무리.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갈무리.

한사성은 “그러나 우리는 대답을 들어야겠다. 국가가 이 끔찍하고 유서 깊은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라며 “국가가 여자들의 분노에 대답할 때가 가까웠다. 당신과 우리의 분노를 알리기 위해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각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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