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 사망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둘러싼 유족 측 협상단과 마사회의 설 전 교섭 타결이 무산됐다. 유족은 근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진 투쟁을 끝내지 않겠단 입장이다.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차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마사회가 설 연휴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다.

대책위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의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월초 부산 뿐 아니라 과천, 제주에서도 집중 실천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며 ”마사회와의 교섭이 의미가 없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 밝혔다. 문중원 기수가 사망한 지 58일 째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25일 오전 설 차례상을 올리기 전 운구차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25일 오전 설 차례상을 올리기 전 운구차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차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2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의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차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2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의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대책위는 정부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을 파면하고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적극 대책을 마련하라“며 ”오만방자함으로 똘똘 뭉친 마사회를 해체하라“고도 주장했다.

마사회와 협상단 간 교섭은 지지부진하다. 유족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운수노조는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마사회의 공식 사과 및 유족 보상 등을 요구한다.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시민대책위는 4박 5일간 과천 공원에서 청와대 앞까지 26km 오체투지를 하는 등 설 전 교섭 타결을 목표로 싸웠으나 무산됐다.

대책위는 ”경마기수를 불안정하고 불의한 조건에 밀어넣고도 기수들이 개인사업자라며, 법이 그렇다며 사람을 죽여놓고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며 ”경마시행세칙은 마사회장 전결로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다. 고인 아버님이 ‘내 아들 중원이 한’이라며 제도개선을 호소하지만 교섭은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공동대표 송경용 신부는 “함께 한 동료가 죽었는데 동료 시신이 길거리에 있다. 이게 마사회가 죽음 대하는, 존엄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라며 “이런 공공기관은 더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마사회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에서 기수들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명숙 활동가는 “누가 죽어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다. 다단계 갑질 구조, 인권침해, 부당지시는 마사회법이 조장하고 보장하는데 마사회는 기수들과 상관없다며 발뺌 중”이라며 “대책위는 문중원 사망 사건만이 아니라 모든 사건과 사항을 검토해 신고, 진정, 고소 등 모든 수단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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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시민분향소 앞에 차려진 설 차례상(위)과 아내 오은주씨의 모습. 사진=공공운수노조(위)·손가영 기자(아래)
▲25일 시민분향소 앞에 차려진 설 차례상(위)과 아내 오은주씨의 모습. 사진=공공운수노조(위)·손가영 기자(아래)

 

유족 오열 속 길바닥 설 차례… 시신도 30일 째 길바닥 위

시민분향소 옆엔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가 있다. 마사회가 근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유족이 상경할 때 함께 옮겨왔다. 대책위는 이날 회견 직후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분향소 앞에서 설 차례상을 올렸다.

아내 오은주씨가 절을 올리며 오열하자 분향소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씨는 이날 회견에서 “설 전 장례를 치르고 남편을 차가운 길에서 옮겨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주길 절실하게 원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이 부족한지, 높은 곳까지 닿질 못했나보다. 마음이 많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문중원 기수의 형도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지부장,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장과 함께 차례를 올렸다. 이들은 ‘요금수납원도 도로공사 직원’이라는 법원 판결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는 도로공사를 상대로 8일 째 단식 투쟁 중이다.

유족이 마사회와 교섭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진 30일 째다. 김해·제주에서 온 이들은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머무르며 분향소를 매일 오가고 있다. 오씨는 이날 “황금가면을 쓰고 철면피들이 모여 있는 마사회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때까지 6명의 죽음을 나 몰라라 했다면 7번째인 저의 남편 죽음은 절대 그렇게 놔두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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