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여야 정치권은 설 민심 잡기에 안간힘이다. 총선을 석 달 정도 남긴 설 연휴라 각지에서 모인 가족들이 식사하며 나오는 얘기 중 정치권 얘기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맞춰 일부 신문은 설 연휴 기간 나눌 대화에 맞춰 지면을 구성하거나 설 연휴 기간 여야 총선 흐름 등을 정리하는 가벼운 기사를 냈다. 24일 신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치 관련 지면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 갑자기 임종석 튀어나온 배경 분석

중앙일보는 “설 대화 포인트” 지면을 만들고, 그 중 하나로 “4.15 총선 승부 가를 변수”를 짚었다. 최근 여당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된 과정을 디테일하게 짚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내 전략통인 우상호 의원과 총선 스터디를 했다. 이 대표가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서울 광진을 여론조사에 넣어봤다고 하자 우 의원이 펄쩍 뛰었단다. 우 의원은 “광진은 강원도 출신 10%, 호남 출신이 30%대다. 호남 출신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는 것. 그 후 민주당은 전남 장흥 출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여론조사에 돌렸고, 21일 민주당 정책 홍보 TV 방송에도 깜짝 등장하게 했다는 것이 기사 도입부다.

이어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22일 이낙연 국무총리 총선 용처를 ‘종로+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정하고, 경기 김포을 지역구 김두관 의원의 경남 양산 재배치 계획을 두고 꽤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중앙은 “이낙연의 종로 배치, 김두관의 PK 재배치, 임종석 호출에서 보듯 여당 전략의 기본 틀은 차기 대선주자를 총동원해서 이들을 야권 거물 후보가 나서는 격전지에 보내고 차기주자들은 각 권역에서 포스트(기둥)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선을 차기 주자들 간의 대결 구도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라는 것.

중앙일보 분석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통상 총선에서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오는데 이런 프레임으로 치르는 대통령 임기 중·후반 선거는 여당에 대부분 불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딱 한 번 여당이 이긴 임기 중·후반 총선이 2012년(MB 5년 차)이란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이명박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차기 주자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됐다고 봤다. 중앙일보는 “지금 민주당의 전략도 2012년과 맥이 통한다. 다만 이낙연 전 총리뿐 아니라 다른 차기 주자들도 총동원해 격전지를 만들어나가려 한다는 점이 당시보다 더 나아간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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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설 연휴 정치 기사도 꽤 재미있었다. “설 현수막을 보면 여의도 총선전략이 보인다”는 기사로 각 정당의 현수막 전략을 짚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든든한 집권여당’이란 점을 알리고자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이 준비한 설 현수막 문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국민 곁에 서겠습니다’, ‘언제나 국민과 함께’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여당으로서, 총선도 민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치른다는 각오를 담았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자유한국당이 들고나온 메시지는 ‘보수 이념 강화’다. 한국당은 ‘자유대한민국을 찾겠습니다’, ‘기업의 기운을 살리겠습니다’,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등 4가지 문구를 각 시도당에 보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보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중앙·조선의 진박(眞朴) 감별 떠올리는 진문(眞文) 감별 프레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20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받은 ‘진박(眞朴) 감별’ 논란과 대비 시켜 ‘진문(眞文)’ 프레임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현역 vs 靑 출신… 진문(眞文) 불붙는 여권” 기사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내걸며 문재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2016년 새누리당의 ‘진박(眞朴) 경쟁’처럼 이번에는 여당에서 ‘진문(眞文) 경쟁’이 재현되고 있다”고 썼다.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 중 일부가 청와대 근무 이력을 내세우며 골수 친문(親文)이 아니거나 지역 기반이 아직 약한 민주당 현역 초·재선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때문에 현역 의원들은 경선을 앞두고 “내가 진문이 아니라서 그러느냐” “민주당에 반문(反文)이 어디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유한국당 관계자의 말을 빌려 “2016년 우리도 ‘야당 복’ 때문에 압승할 줄 알고 ‘진박’ 경쟁하다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했다”며 민주당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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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최상연 논설위원이 “진문감별법”이란 칼럼을 썼다. 역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 러쉬와 비문(非文) 살생부 등을 다뤘다. 최상연 논설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5·16은 쿠데타’ ‘유신은 구국의 결단’ 등을 체크하는 가박(가짜 친박) 질문지가 나왔다”며 ‘진박 고르기’를 거론하고 “청와대가 검찰 간부를 대상으로 ‘이석기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사 검증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진문 감별법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사람들은 묻고 또 되뇐다. 진문 검증과 진박 질문지는 뭐가 어떻게 다른 것이냐고. 친박으로 모자라 진박 감별에 나섰던 그 당은 선거에서 참패하고 정권을 손수 헌납했다”고 충고했다.

24일 자 신문에선 정치 단신 두 가지도 눈에 띄었다. 하나는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한국당 해체를 요구한 김세연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으로 선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원직 세습 논란을 일으킨 문희상 국회 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의 불출마 선언이다. 두 보도 모두 여야가 총선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보도로 설 밥상 민심의 디테일을 잡을 수 있는 소재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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