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뉴스룸’ 앵커에서 물러난 뒤 그의 향후 거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 곳은 MBC다. 손 사장의 ‘고향’인 MBC가 오는 2월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10월경 중앙그룹은 손 사장에게 총선 이후인 5월 앵커 하차를 사실상 통보했고, 손 사장은 자신의 하차를 1월 초 ‘뉴스룸’ 개편 시기로 앞당기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그는 지난해 12월24일 JTBC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랜 레거시미디어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저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는 물러설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손 사장은 ‘뉴스룸’ 앵커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 11일 자신의 팬클럽카페에 올린 글에서 “저 같은 방송쟁이는 방송을 떠나면 사실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따른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제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적으며 자신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언론계에선 ‘손석희 MBC사장설’이 증폭됐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손석희 JTBC 대표이사.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현재 몇몇 MBC 직원들은 고향에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달라며 손 사장을 MBC 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한 간부급 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JTBC 손 사장의 모습을 보며 손 사장이 언젠가는 MBC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MBC 한 관계자는 “MBC에서 손석희 사장을 경험해본 세대와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 간의 온도 차가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새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사장과 견줄만한 다른 사장 후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 사장이 사장 공모에 나설 경우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현격히 줄어들까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어떤 사장이 오든 경영적자를 극복하고 사원들에게 MBC의 비전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 MBC는 누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경영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사내 분위기와 함께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이어져 온 사내 갈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36년간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손 사장이 각종 어려움이 예상되는 MBC 사장으로 가서 자칫 불명예스럽게 퇴장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손석희와 거대 방송사의 경영책임자로서의 손석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역할과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손석희 사장은 설 연휴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오는 28일부터 2월7일까지 MBC 사장 공모 절차가 시작되는데 본인의 거취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본인과 회사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어서다. 

앞서 2017년 말 MBC 새 사장 공모 국면에서도 손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소문이 증폭되자 스스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JTBC의 한 기자는 “모두 손 사장 거취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19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손석희 사장은 2013년 5월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끝으로 30년간 함께했던 MBC와 이별했다. ‘시선집중’은 이명박정부 국정원의 사찰대상이었고, 박근혜정부 들어선 제작 탄압과 하차 압박이 거세졌다. 그해 MBC를 떠나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손 사장은 3년 만에 JTBC를 뉴스 신뢰도 1위로 끌어올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