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장 양상우)가 사장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사외인사를 포함한 ‘대표이사 후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위원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및 한겨레 사외이사)를 구성했다.

한겨레는 오는 2월13일 제18대 사장 선거를 치르는데, 선거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한겨레지부·지부장 길윤형)가 발행한 노동조합 소식지 ‘한소리’ 126호에서 “대표이사 선거 ‘갈등 완화’ 사외 선관위원 나섰다”라는 제목으로 1999년 직선제 도입 뒤 선관위에 외부인사 2명(김희수 변호사·오창익 사외이사)이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다뤘다.

한소리는 이번 선관위에 ‘사외인사’가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소리는 “대표이사 선거 때마다 조직 전체가 흔들릴 만큼 큰 홍역을 앓아온 사내 병폐를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번 시도가 한국 사회의 자랑스러운 자산이면서도, 시민사회와 소통 없는 ‘임직원만의 선거’를 통해 리더십을 창출해 온 ‘한겨레’의 폐쇄적 구조를 뒤흔들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썼다.

한소리를 보면 한겨레 이사회는 지난 14일 제443차 회의를 열고 제18대 사장 선거를 위해 선관위를 구성했다. 그동안 선관위는 이사회(회사 측)에서 지명하는 4명과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이 지명하는 각각 2명 등 총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엔 이사회에서 지명하는 4명 중 2명을 사외인사로 채웠다. 오창익 사외이사는 이날 회의에서 선관위 구성 방식을 두고 주도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한소리는 “오 사외이사는 최근 발생한 편집부원들의 집단 성명 사태를 언급하며 ‘제가 사외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내 여러 문제로 <한겨레>가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사내 선관위원이 전부 사내 인사인 것은 내부 갈등을 추스른다는 측면이나 사장 선거의 중요성을 볼 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어 오창익 사외이사는 선거는 민감한 사안이니 법률가가 포함돼 법률적 판단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오 사외이사의 문제 제기에 다른 사외이사들도 공감의 뜻을 밝혔다. 양상우 사장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 내부 논의를 통해 한겨레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오 사외이사와 김희수 변호사를 이사회 몫 선관위원으로 지명하는 결의안이 잠정 통과됐다.

선관위에 사외인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오 사외이사는 ‘한소리’ 8면에 “<한겨레> 주인은 국민…분열로 회사 망쳐선 안 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오 사외이사는 “<한겨레>의 갈등 양상은 총체적이라 진단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영진과 노동조합, 우리사주조합이 각기 반목(서로 시기하고 미워함)하는 건 일상이고, 때론 소장파(젊고 기운찬 사람으로 이뤄진 파)와 중견그룹이 다투고, 직역별 갈등도 만만찮다. 조국 사태 국면에서 나온 소장 기자들의 성명이 그랬고, 영상부문장 김보협의 퇴사로 이어진 사태도 그랬다. 새해에는 편집기자들의 성명, 경영 실적을 두고 각기 다른 해석과 다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이 주주인데 ‘배당하지 않는 한겨레’를 비판했다. 그는 “시민 참여 덕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민이 함께 만들고 여태껏 지켜온 언론이지만, <한겨레>는 온통 사내 구성원들만의 조직인 것처럼 보인다. 의사결정도, 성과도 내부 구성원들이 독점하고 있다. 주주총회는 그냥 ‘레거시 주주’들을 모셔놓고 기념품이나 주는 자리일 뿐”이라고 비판한 뒤 “배당은 여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직원들은 성과급을 배분하는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썼다.

끝으로 그는 “잘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동료들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콘텐츠로 먹고사는 미디어회사인 만큼, 부디 말과 글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판을 깰 정도는 아니어야 하고, 정체성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다툼을 멈추자는 게 아니다. 다툼은 격렬하더라도 품격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 사외인사 구성을 두고 한겨레 기자들 생각을 들었다. 한겨레 소속 A기자는 “사외인사를 넣어 선관위를 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인재를 밖에서 수혈하는 과감함도 있어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파벌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소속 B기자는 “저널리즘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더 어렵다는 자조만 하고 ‘쟤는 누구 편이냐’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한겨레’라고 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겨레 창간으로 대변되는 30년 전 에너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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