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오는 2월 후임 사장을 선출한다. 내부에서 3명이 출마 의사를 확언했다. 확언한 후보자는 김현대 선임기자·박중언 선임기자·정남구 기자(가나다순) 등이다.

양상우 현 사장은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에선 양 사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여부가 관심사다. 양 사장이 출마를 확정한다면 3파전인 선거 구도가 4파전이 된다.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김현대 한겨레21 선임기자는 지난 1987년 10월 1기로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장, 출판국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한겨레21 선임기자다.

박중언 한겨레 기자는 지난 1990년 12월 4기로 입사했다. 도쿄 특파원, 노조위원장, 우리사주조합장, 전략기획부실장, 모바일 부국장 등으로 일했고, 현재는 출판국 선임기자다.

정남구 한겨레 기자는 지난 1995년 10월 8기로 입사해 경제부장, 논설위원, 도쿄 특파원, 우리사주조합장, 노조위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경제팀 기자다.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겨레의 문제를 짚었다. 김현대 선임기자는 “한겨레 저널리즘이 망가졌다. 신뢰와 고품질 서비스가 중요하다. 한겨레 신뢰도가 냉정하게 구성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간 적이 없다. 옛날에는 한겨레의 논리가 성글고 진실에 구멍이 있어도 한겨레가 목소리 내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받았다”면서도 “그동안 한겨레가 모든 이슈를 대결의 관점으로 봐왔다. 지금은 다층적인 세상이다. 시각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남구 기자는 “3년 내 신뢰도 1위를 회복할 것이다. 신뢰는 언론의 핵심 가치다. 2019년 미디어미래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1위였던 한겨레 신뢰도가 6위로 떨어졌다. 위기 상황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한겨레가 갖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남구 기자는 “저널리즘 퀄리티가 탄탄한 회사는 경영 성과도 뛰어나다. 재벌그룹에서 독립했던 경향신문이 한때 신뢰도 1위를 하면서 경영 자체가 회복됐다. 신뢰는 단순한 도덕적 평가일뿐 아니라 미디어 기업이 경영에서도 자리 잡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박중언 선임기자는 “조국 사태 이후 진행된 미디어미래연구소 조사에서 신뢰도 6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반인 대상 신뢰도 조사에서는 한겨레가 순위권 안에도 들지 못한다. 일반 국민은 한겨레를 보는 기회조차 없다”고 진단한 뒤 “신뢰도를 높이고 공정성과 유용성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겠다. 디지털과 영상을 통해 2030 새 독자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한겨레 미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양상우 사장은 출마와 관련해 불확실한 입장을 전했다. 양상우 사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실장회의에서 “차기 사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가 구성돼 운영되기 시작했다. 현 경영진과 국실장님의 공과가 역사 속에서 평가받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 시한이 만료되지 않았으니, 선거도 중요하지만 모두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밝혔다. 양 사장은 평소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와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주 조합원들의 직선 투표로 사장을 선출한다. 500명이 넘는 한겨레 사원들은 대부분 사주 조합원이다. ‘오너’가 없는 회사에서 직선제는 경영권을 창출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제도다. 하지만 사장 선출을 놓고 내부에선 잡음도 크다.

한겨레 우리사주조합장은 지난 15일 전체 메일을 통해 △대표이사 후보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2019년 경영실적 등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2019년 경영실적을 공유하면서 삼성광고 추이를 공개했다. 그러자 한겨레 광고국은 지난 16일 “사주조합장이 공개한 기업광고 현황은 엄중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기업의 광고 매출을 공개하면서 생기는 파장을 생각해 봤냐”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광고 액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건 어떻게든 현 사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사장 선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지부장 길윤형)는 지난해 11월20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 ‘지부장 편지’라는 코너에서 ‘사장을 계속 선거로 뽑아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한겨레 사장 선출 방식을 두고 우려하는 내용을 쓰기도 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위원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사장 선거 관련 일정을 22일 구성원들에게 공지했다. 후보 등록은 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선관위는 다음달 3일 후보자를 알린다. 이후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표는 다음달 13일 하루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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