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기자단이 머쓱하게 됐다.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공식 발표 때문이다.

국방부 기자단은 호르무즈 파병 결정 정부 발표 보도를 21일 오후 4시까지 유예하는 엠바고를 국방부와 협의해 이날 오전 설정했다.

국방부 기자단은 “오후 4시 온브리핑 때까지 엠바고를 유지한다. 국익 보호 차원”이라며 엠바고를 어길 시 “가장 센 징계를 내리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기자단은 “보안 유지를 부탁드린다. 통화 등으로 기자실 이외 취재진에게 들어가, 기사 누수로 이어지지 않게 부탁드리겠다”고 공지했다.

국방부 기자단은 오전 10시30분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호르뮤즈 파병 백브리핑을 받았다. 같은 시간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를 방문해 정부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오후 4시 정부의 파병 결정 소식을 일제히 알리기로 ‘입단속’을 했지만 이날 오전 11시 가 넘자 보도가 쏟아졌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국방부로부터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비공개 보고를 받고 청해부대를 일부 지역에 확대하는 쪽으로 파병을 공식 결정됐다고 전하는 내용이었다.

취재 결과 안규백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정부 공식 발표 내용을 백브리핑 한 뒤 언론이 이를 속보로 처리했다. 안 위원장은 국방부 현안 보고를 받은 직후 국방위원장실에서 오전 11시1분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시작했다. 안 위원장은 “국방부로부터 보고 받았다. 그 내용은 우리 지금 청해부대가 아덴만 일대 파견돼 있는데 이 부대를 일부 지역 확대해서 파병하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 이유는 우리 국민의 안전 보장과 선박의 자유 항해 보장을 위해서 작전 범위를 일부 확대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8개의 질문이 나왔고, 백브리핑은 11시5분에 끝났다. 백브리핑이 끝나고 국방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오후 4시까지 엠바고로 설정됐으니 보도를 유예해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11시7분부터 안규백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 파병 결정이 속보로 뜨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 간사와 함께 협의한 대로 16시까지 엠바고를 설정했다. 이유는 국회와 관련 기구에 정부 입장을 설명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안규백 위원장에게도 비공개 보고할 때 엠바고 설정을 전달했다. 그런데 안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처음부터 엠바고를 고지하지 않은 채 백브리핑을 했고, 브리핑이 끝난 다음 관계자가 엠바고를 통보했는데 언론이 속보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한 매체 기자도 “백브리핑이 끝나고 속보감이라고 판단이 돼서 데스크에 보고했지만 국방부 기자단 쪽에서 엠바고 설정한 내용이 있고, 그쪽 논의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해서 대기하는데 한 매체가 속보를 쓰고 뉴스가 쏟아져 저희도 속보 처리했다”고 말했다.

▲ 국방부는 1월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7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왕건함 모습. ⓒ 연합뉴스
▲ 국방부는 1월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7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왕건함 모습. ⓒ 연합뉴스

포털 최신 뉴스 검색 결과 가장 먼저 속보를 쓴 곳은 연합뉴스로 나온다. 연합뉴스는 11시 7분께 “[1보] 안규백 ‘호르무즈 파병, 청해부대 일부 지역 확대로 결정’”이라는 속보를 올렸다.

상황을 지켜본 한 기자는 “국방부 기자단의 공지는 정부 발표에 엠바고라서 국방부 소속 기자뿐 아니라 매체 전체 기자가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규백 위원장이 백브리핑 전 명확히 엠바고를 고지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결국 정부와 국회가 손이 안 맞는 모양새가 돼버렸고, 엠바고가 자동 폐기되면서 국방부 기자단도 황당한 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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