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검찰청 조직 규정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직제개편안)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대통령령 개정안은 오는 28일 공포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권과 민생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한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등 재벌 수사역량이 약화돼 이재용 등만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직제개편안을 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를 2개로 축소하고, 2개는 형사부 1개, 공판부 1개로 전환한다. 반부패수사3부의 경우 경제범죄형사부로,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전환한다. 법무부는 이렇게 전환된 공판부를 두고 현재 사법농단 공판 담당인 특별공판 2개팀을 산하로 편성하는 등 직접관여사건 위주 특별공판부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새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은 공공수사부 11개청 13개부(서울중앙 3개)를 7개청 8개부(서울중앙 2개)로 줄이고, 나머지 4개청 5개부는 형사부로 전환한다. 서울중앙(2개),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7개청을 권역별 거점청으로 유지하되, 형사부로 전환되는 나머지 4개청 5개부는 서울중앙지검 및 서울남부지검, 의정부지검, 울산지검, 창원지검 공공수사부 등이다.

검찰은 외사부도 축소한다. 법무부는 공항·항만 소재지여서 외사사건이 많은 인천·부산지검은 유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형사부로 전환(외사 전담 유지 및 일반 형사사건도 분담)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를 폐지하는 대신 공판부로 전환하고 기획업무는 총무과로 이관한다. 검찰은 또 전담범죄수사부 6개청 11개부를 5개청 7개부로 축소하고, 축소된 부서를 3개의 형사부와 1개의 공판팀으로 전환한다.

법무부는 이번 국무회의 의결 직제개편을 두고 “인권·민생 중심의 검찰 직제개편”이라며 “작년 말과 올해 초 공수처, 수사권조정 등 검찰개혁 법령이 제·개정됨에 따라, 직접수사부서의 축소·조정과 형사·공판부의 확대가 불가피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그간 직접수사 사건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형사·공판부 검사가 부족하고 업무가 과중하여 민생사건 미제가 증가했고, 이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심각했다”며 “형사·공판부 확대로 민생사건 수사·공소유지에 집중해 국민의 억울함이 신속하게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직접 수사 축소 이유를 두고 법무부는 “수사권조정 등 수사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이재용 등 재벌 수사역량이 약화돼 결국 이번 직제개편안으로 삼성만 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두고 “공정과 정의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상인 재벌, 경제 권력에 대한 수사가 축소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20일자 6면 머리기사 ‘삼바 수사 부서 해체설…검찰 인사·직제개편 최대 수혜자는 삼성?’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부장 이복현)가 사실상 ‘해체’될 수 있다는 예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다”며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진행되는 법무부의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한겨레는 “법무부가 직제개편안의 국무회의 통과시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차장들과 주요 부장검사들을 교체하는 인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기에는 1년 동안 삼성 관련 수사를 해온 송경호 3차장과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 부장검사 등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직제개편과 후속 인사로 삼성 수사팀이 찢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한 검찰 간부가 “삼성 쪽도 최근 인사나 직제개편 등에 담긴 신호를 읽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3부는 형사부로 전환하되,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대규모 경제범죄를 전담하는 경제범죄형사부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식품의약형사부로, 서울북부지검의 형사제6부를 조세범죄형사부로 변경하여 전담수사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기존 수사 중 사건은 직제 개편에도, 해당 부서에서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경과규정을 두어 수사의 연속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결과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검찰 직제개편안을 두고 “이 시행령 또는 다른 법령에 규정된 것 외에 사건의 수사와 처리를 담당하는 임시조직을 설치하는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개정되었다”며 “이번 직제 개정으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형사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공소 유지가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수많은 민생사건들이 캐비닛에 쌓여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전문부서 유지 의견을 받아들여 직제개편안을 수정·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한 부대변인은 이에 문 대통령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이 많다”며 “통합경찰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법안과 더불어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관련 민생경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장·차관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0일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0일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다음은 법무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검찰의 직제개편안이라고 밝힌 주요 내용이다.

국무회의 의결된 검찰 직제개편 내용

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를 2개로 축소하고, 이를 형사부 1개, 공판부 1개로 전환

○ 반부패수사3부는 경제범죄형사부, 4부는 공판부로 전환

- 전환되는 공판부는 현재 사법농단 공판 담당인 특별공판 2개팀을 산하로 편성하는 등 직접관여사건 위주 특별공판부로 운영

나. 공공수사부 11개청 13개부(서울중앙 3개)를 7개청 8개부(서울중앙 2개)로 축소하고, 4개청 5개부를 형사부로 전환

○ 서울중앙(2개),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7개청을 권역별 거점청으로 유지, 나머지 4개청 5개부(서울중앙 공공수사3부 및 서울남부, 의정부, 울산, 창원)는 형사부로 전환

다. 외사부 3개청 3개부를 2개청 2개부로 축소하고, 1개청 1개부를 형사부로 전환

○ 공항․항만 소재지로 외사사건이 많은 인천․부산지검은 유지, 서울중앙지검은 형사부로 전환(외사 전담 유지 및 일반 형사사건도 분담)

라.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를 공판부로 전환

○ 서울중앙지검 총무부 폐지 및 공판부 전환(기획업무는 총무과로 이관)

마. 전담범죄수사부 6개청 11개부를 5개청 7개부로 축소하고, 축소된 부서를 3개의 형사부와 1개의 공판팀으로 전환

○ ①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형사부로 전환, ②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식품의약형사부로 변경하고 전담수사기능유지, ③ 비직제 수사단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폐지(기존 사건은 금융조사1․2부로 재배당) 및 공판팀으로 전환

○ 조세 및 과학기술 사건은 중점청을 타청으로 지정하되, 조세사건은 서울북부지검, 과학기술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전담하고, 전담수사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서울북부지검 형사부 한 곳을 조세범죄형사부로 변경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