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유튜브' 시대입니다. 2019년 12월 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는 미디어오늘 콘텐츠가 올드미디어 비평·취재에 국한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비평과 취재를 확장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매주 주목할만한 유튜브 이슈를 다양한 시선에서 공부하고, 취재해 다루겠습니다. <편집자주>

[주간 유튜브 관련기사 모음]

검색을 위해 글자를 입력하다 보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검색어에 눈길이 갑니다. 검색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기능인데 의도치 않은 황당한 단어가 떠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죠.

20일 한국일보는 유튜브의 문제적 자동완성 검색어를 지적했습니다. 선정적이거나 불쾌감을 주는 표현이 쏟아졌다는 지적입니다. 검색 사이트 구글의 연관 검색어에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은 페이스북에서 ‘ㄱ’을 쓰는 순간 ‘ㄱㅅ사진’ ‘ㄱㅅ만지기’ ‘ㄱㅊ를 X다’ ‘ㄱㅊ를 X기’ 등 선정적인 단어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오후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관련 검색어를 조치했고, 유튜브는 이용자가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고, 문제가 있는 콘텐츠로 유도하는 검색어는 조치한다는 내용입니다. 방통위는 추후 대책 마련을 위해 사업자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유튜브는 침묵하고 방통위가 사업자 조치 확인 후에 결과를 알린 겁니다.

▲ 유튜브 조치사항을 전한 방통위 설명자료.
▲ 유튜브 조치사항을 전한 방통위 설명자료.

지금 논란이 되는 건 ‘문제가 있는 검색어를 방치하는 경우’지만 반대의 경우에서 벌어지는 문제도 있을 겁니다. 공인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검색어를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유튜브 임의로 삭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 기간에 접어들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의 문제적 자동완성 검색어를 보면 국내 포털에서는 비슷한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왜일까요. 우선 네이버는 고객센터 페이지를 통해 7가지 검색어 삭제 기준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 결과가 음란, 도박 등 불법정보 또는 선정적인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등이 오타, 욕설 등을 포함하여 현저하게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하는 경우 등을 삭제한다고 합니다. 반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는 이 같은 안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참여하는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연관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등 검색어들을 조치한 내역을 주기적으로 외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점도 다릅니다. 검증 결과 부적절한 조치들은 지적 사항으로 기록이 남습니다. 유명인, 공인에 대한 검색어를 지울 때는 알 권리를 침해한 건 아닌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합니다.

네이버 다음 등 기구 회원사들은 주요한 판단을 심의 후에 일괄 적용하기도 합니다. 조국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악의적 검색어를 어떻게 할지 심의하고 결과를 공개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네이버 검색어 관련 검증 보고서. 어떤 검색어를 얼마나 삭제했는지,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어떤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담았다.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네이버 검색어 관련 검증 보고서. 어떤 검색어를 얼마나 삭제했는지,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어떤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담았다.

물론 국내 포털에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검증 결과를 사람들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사이트에만 올려놓고 있습니다. 언론이 발견하지 않으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습니다. 네이버 메인에 결과를 공개한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관련 업무를 전담하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벌면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2018년 국정감사 때 국내 자율규제 기구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기구에 가입하면 네이버처럼 운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습니다. 기사가 나오고, 조치 결과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스스로가 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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