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이 시사 문제를 다루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시사 이슈를 다루면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인데 차별성을 갖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다.

JTBC는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람, 현장,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취재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를 시작했다. 출연진은 이경규, 허재, 김구라다. 최근 엔터테이너로 성장 중인 허재를 새로운 얼굴로 영입했고, 검증된 진행자 이경규와 김구라가 기둥을 맡은 격이다. 이경규는 인물, 허재는 문화, 김구라는 현장 이슈를 맡아 각각 코너를 진행한다.

특히 김구라의 ‘WHY 왜구랴’ 코너는 이슈가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찾는다는 컨셉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기준 일곱 차례 전파를 탄 현장을 보면 굵직한 이슈를 담았다. 김구라는 직접 타다 본사를 찾고, 택시운전사와 인터뷰를 하고, 타다와 택시업계 갈등을 중재하는 방안을 찾는다. 김구라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관람하고 시민들의 생각을 묻는다. “입시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대한민국의 학생, 그들에게 직접 물어본다”며 대치동 학원을 찾는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방송은 청와대·광화문·국회의사당 주변 목소리를 듣는다며 대한민국 갈등 현장을 찾은 내용이다. 김구라는 자유한국당 천막 당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집회 현장을 찾아 황교안 대표와 전광훈 목사를 만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방송 촬영을 거부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면서 반감도 드러냈다. 김구라는 故김용균 추모 현장, 세월호 유가족 시위 현장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만난다. 연출을 맡은 정승일PD는 “관련 방송 주제 하나하나 모두 깊게 다룰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 여러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 좋을 수 있고, 프로그램의 컨셉에 들어맞았다”고 평가했다.

시사 이슈에 밝은 김구라는 자신의 옷을 입은 것처럼 현장을 뛰어다니고 적극 '취재'하는 모습이다.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일본산 수산물을 실은 활어차를 추적하는 방송에서 빛을 발했다. 김구라는 부산항에서 일본 활어차들이 (방사능 오염 의심 일본)해수를 방류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세관 관계자를 찾아가 입장을 캐묻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도 나온다. 후쿠시마 방사능 바다 오염수 문제를 오래 취재해왔던 현직 기자가 출연해 문제를 지적한다. 분명 예능 프로그램인데 내용은 탐사 추적물 구성에 가깝다.

▲ JTBC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 방송 화면.
▲ JTBC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 방송 화면.

공정성 시비는 없었을까. 정승일PD는 “우리 프로그램은 김구라라는 인물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장과 입장을 전달하는 게 모토”라며 “황교안 대표나 전광훈 목사를 찾아간 것도 그런 취지였는데 한기총의 경우 찍기만 하면 방송이 편파적으로 나가고 어차피 악마의 편집을 할 것 아니냐고 항의를 해서 10분 만에 쫓겨나기도 했다. JTBC라는 방송사 이미지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 PD는 “시사 문제를 정통으로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깊이가 없어 보이고 이해관계가 다른 양쪽 입장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게 어려운 문제”라며 “오히려 김구라씨는 공인의 입장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컨셉의 방송은 있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코너 중 하나인 ‘흑터뷰’에서 강유미씨는 돌발적으로 현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정승일PD는 “YTN에 돌발영상에 강유미씨가 들어간 느낌이었다면 우리 프로는 관찰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한계도 있다. 방송 규정상 시사 보도물이 아닐 경우 업체의 이름을 쓰지 못해 ‘타다’는 ‘타X’로 표기됐다. 정PD는 “16일부터 선거 출마자는 방송에 나오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 총선 이슈도 다루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PD는 “모든 방송편에 시민 인터뷰가 들어간다. 인터뷰에 잘 응해주지도 않은데 김구라씨가 직접 다 붙잡고 인터뷰를 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여러 목소리를 담고 시사를 다루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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