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 IPTV에서 콘텐츠 투자로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최소 가입자 수로 알려졌다. 그러나 IPTV의 케이블SO 인수합병 목적은 콘텐츠 수익보다 ‘결합상품’(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 수익에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를 인수합병 시정 조치안으로 냈지만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다. ‘강요’에 대한 해석범위가 넓어서다. 2017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에서 티브로드는 7890원, SK계열은 1만4126원이다. 

2017년 말 기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42.4%, KT 25.9%, LG유플러스 19.8%, 알뜰폰 11.8% 순으로 통신사들의 결합상품 계약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 사전동의조건으로 역무 간(SO·IPTV) 가입자 전환 규모와 전환율 등 관련 자료를 반기별로 제출하도록 부과했으나 ‘자료 제출’만으로 ‘부당전환’을 막을 순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통신사업자들의 유료방송점유율은 80%를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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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로고. ⓒ연합뉴스 

21일 방송통신 M&A시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김희경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학술교수는 최근 연달아 이어진 정부의 IPTV·케이블SO 인수합병승인을 가리켜 “글로벌OTT 영향력이 높아지며 방송통신융합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심사과정이 졸속이었다. 3년 전 SKT-CJ헬로비전 심사에 비해 공정경쟁·이용자 보호, 결합상품으로 인한 부작용과 (인수합병이) 방송시장에 미칠 영향력 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사항목도 적정성 가능성 합리성 효율성 등 추상적이고 모호했으며 지역채널 운영계획 타당성도 어떻게 심사했는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김희경 교수는 “과연 IPTV 사업자들이 해외OTT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IPTV는 콘텐츠 차별화보다 마케팅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약탈적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 지상파 등 방송사업자가 콘텐츠 가격 후려치기로 가장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지상파 재전송료(CPS·cost per subscribe)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지상파가 SO를 상대로 협상력 우위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IPTV 협상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중소PP 사업자도 위기는 마찬가지다. CJ ENM계열이나 JTBC 같은 일부 PP들은 협상력이 있겠지만 중소PP들은 채널 번호부터 수신료 등 각종 협상에서 절대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더해 김 교수는 “케이블SO의 위기 속에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폭증할 수 있다. 그럼 홈쇼핑은 납품업체들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피해의 파급효과가 전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케이블SO의 방송사업매출에서 홈쇼핑송출수수료 비중은 35.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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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방송통신 M&A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지역채널의 소멸이다. 인수합병으로 케이블SO 가입자 수가 줄어들면 지역채널 시청자가 감소하고 그 결과 지역성·다양성 구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전국사업자인 IPTV가 현재도 열악한 지역채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IPTV의 지역채널 의무재전송, 지역채널 투자계획 등을 제시했지만 한시적인 대안일 뿐”이라고 우려하며 정책적 대안으로 “지역채널에 대한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IPTV가 밝힌 인수합병 이후 콘텐츠 투자액 중 1/10을 매해 지역콘텐츠진흥분담금으로 출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CJ헬로 인수 당시 향후 5년간 2조6723억원(연 5345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10%에 해당하는 500억 원을 매해 지역콘텐츠진흥분담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SK브로드밴드와 향후 M&A를 계획 중인 KT에도 같이 적용된다. 

이동훈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방송도 물·가스와 마찬가지의 공공재다. 그런 공공재가 3개의 통신기업 소유로 재편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며 지역콘텐츠 분담금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차원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시장 기반이 약하더라도 지역방송처럼 사회적 필요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 유료방송플랫폼 최강자에게 콘텐츠사업자에 대한 교차보조라는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 무리라고 보지 않는다. 지역방송은 더 성숙한 지역콘텐츠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황큰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넷플릭스·유튜브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 시장도 인수합병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공감대는 사회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힌 뒤 “우려하는 부분은 방송사업에 대한 향후 재허가 심사에서 섬세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지역콘텐츠 분담금 제안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신승한 방송통신위원회 지역미디어정책과장은 “지역방송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지역방송 활성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역방송이 자생력을 어떻게 구현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지역 여론 다양성 확보는 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을 통해서도 일정한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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