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녀를 키우다 귀국한 한부모 B씨는 자녀가 일본 유치원에 다닐 때 어머니의 날을 앞두고 부모님 선물 만드는 과정이 없었던 경험을 한국과 비교했다. “일본에는 한국 어버이의 날처럼 어머니의 날이 있는데 그날 엄마한테 선물 만드는 걸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없앴더라고요. 감사의 표현을 하는 날인데 그것마저 없애냐 싶긴 하지만 ‘누구에게는 엄마가 없네?’ 이럴 수 있으니까. 엄마가 없는 아이 입장을 생각한거죠.” 

한국 사회가 한부모가족을 제대로 배려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는 언론이 다양한 의제를 다루지 못한 책임도 있다. 그간 언론에선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싱글맘의 눈물’, ‘엄마자리까지 대신하는 싱글대디의 고충’ 등 한 두가지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접근했다. 미디어가 사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통념과 선입견을 강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편견을 깨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9월17일 KBS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에는 7살, 14살 두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의 사연이 나왔다. 안녕하세요는 방송에 고민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이다. 이 아빠는 세상의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 2018년 9월17일 KBS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갈무리
▲ 2018년 9월17일 KBS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갈무리

 

동요제 때 엄마를 데리고 오라는 유치원, ‘왜 만날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냐’고 묻는 딸 친구들, ‘쯧쯧 안됐네’라며 딸아이를 딱하게 바라보는 주변 엄마들의 시선 등을 얘기했다. 학원을 운영하던 이 아빠는 ‘무조건 남자가 잘못해서 이혼했다’는 소문이 돌아 비난을 받았고 수강생도 줄었다. 결국 한국에서 살 수 없어 해외에 지내다가 돌아온 뒤 TV에 출연했다. 

출연진들이 이 사연에 공감하면서 한부모 아빠가 겪을 수 있는 고충을 이해했다. 시청자들 역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 등의 시선이 한부모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깨닫게 된다. 

최근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가 명예훼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며 ‘양육비 선지급제(대지급제)’ 법안이 17대 국회때부터 발의만 된채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5년 9월1일 김재경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양육비 이행 확보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다음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기존에 폭넓게 허용해 온 법률상 이혼사유, 대폭적인 재산분할 등의 제도나 이혼한 가정의 자녀의 성(姓)의 변경, 너무 시대를 앞서가는 듯한 이런 법때문에 이혼을 부추기는 부작용은 없는지 충분히 재검토해달라”는 반대의견을 보냈다. 같은해 3월 호주제를 폐지하자 남성중심의 전통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반작용이 힘을 모으던 시기임을 감안해도 시대착오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후 언론보도도 큰 틀에선 맥을 같이 했다. 

기존 가족관에 따라 남성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 자체를 애처롭게 그렸다. 2007년 MBC “‘싱글대디’ 28만 가구”란 뉴스에선 기자가 “아들과 함께 먹을 저녁을 손수 차리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라며 아빠가 아이 식사를 챙겨주고 숙제를 봐줘야 한다는 것을 어려움이라고 언급했다. 김치를 담글 줄 몰라 사먹거나 주위에서 얻어먹는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 2007년 5월1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2007년 5월1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후에도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남성이 어울리지 않게 집안일까지 맡아 힘들겠다는 시각의 보도가 이어졌다. 

매일경제는 2012년 10월10일자 기사에서 “부자(父子)가정의 아버지가 겪는 문제는 모자(母子)가정의 어머니가 겪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직장과 자녀양육을 병행하는 어려움은 물론이고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가사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엄마의 빈자리는 부자가정 아이들의 감정표출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아빠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혼돈과 한계를 경험하며 극단적으로는 양육을 포기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2014년 5월2일 ‘“아이만큼은 내가” 싱글대디, 그들이 사는 방법’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다. 최씨는 딸이 목욕할 때마다 당혹스러웠다. 직접 씻길 수 없어서다. 최근엔 아무래도 초등학교 2학년인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온 거 같다”며 “딸에게 자기만의 세계가 생긴 거 같아요. 예전과 달리 ‘소소한 반항’을 해요. 제가 사준 옷도 잘 안 입고요. 아빠는 여자들 스타일을 모른다는 거죠”라는 아빠의 말을 전했다. 이는 엄마가 아들을 키울 때도 겪는 문제다. 

자녀양육이 부모 공동책임이 아니라 여성의 몫이라는 관점에 기반한 기사들이다. 미디어에선 자녀키우는 아빠를 모두 안쓰러운 존재로 그렸지만 싱글맘 중에선 가난한 이들만 사회적 약자로 선택했다. 

전문직·고소득 여성이면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거나 국가가 아버지 노릇을 해야한다는 말도 언론에 등장했다. 특히 전문가들 칼럼이나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다. 여성의 평균임금이 낮고 출산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손해 보는 현실을 지적하는 취지지만 이런 주장들에는 경제상황에 따라 ‘육아가 어려운 엄마’와 ‘육아를 할만한 엄마’를 구분하고 후자를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 자녀양육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전문직 여성이 처한 육아-가사노동-임금노동의 3중고에 침묵하는 꼴이다.

▲ 2019년 2월9일 9면 기사
▲ 2019년 2월9일 9면 기사

 

반면 지난해 2월9일 한국일보 “싱글맘은 왜 다 불행하다고 단정하죠? 지금이 가장 행복한데”라는 웹툰작가 히요 인터뷰기사를 주목할 만하다. “싱글맘은 다 착하고 억척스럽고, 엄청난 모성애로 중무장한 강력한 여성이라는 생각도 일종의 환상이죠. 이혼하고 나서 삶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데, 왜 자꾸 불행하리라 단정하고 그걸 헤쳐나간다고, 대단하다고 하는 거지”라며 고정된 이미지를 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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