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양육자의 시간을 보상해야 하는 이유
양육비, 양육자의 시간을 보상해야 하는 이유
[양육비, 이대로 괜찮은가 (02)] 시간을 돈으로 사는 세상이지만 양육비엔 ‘시간’ 보상 없어…프랑스는 면접교섭에 따라 양육비 차등

문15) 귀하는 자녀양육과 관련해 어느 정도 어려움을 느끼십니까? 
③ 양육비, 교육비용의 부담이 크다 ⑧ 양육 및 교육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설문 중 일부다. 이 질문에서 ‘양육비·교육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답변이 나왔다. 

양육비와 교육비를 구분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양육할 때 교육비 지원도 꼭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설문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통상 양육비를 정의할 때 교육비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한부모 지원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아쉬운 지원’을 묻는 설문에선 교육비·문화스포츠바우처·주거관련·창업자금·취업교육 등을 양육비와 구분했다. 역시 자녀를 키울 때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동시에 이런 지원이 양육비와 별개라는 말이다. 

1986년 대법원이 교육비도 부양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가정법원의 ‘양육비산정기준표’를 보면 교육비는커녕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양육비는 왜 이렇게 적을까. 차선자 전남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양육비 산정시 양육을 담당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호주제가 반세기동안 이어졌다. 여기서 친권이란 사실상 ‘부(父)권’의 특성만 가지고 있어 여성과 아동의 법적 지위를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자녀양육은 여성의 일로 인식됐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이혼 후 여성이 친권·양육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개정 이후 9년간 판례분석 결과 친권·양육권을 여성이 가져간 경우가 64.3%나 됐다. 주 양육자인 여성의 목소리가 현실에는 반영되지 않은 채 법만 바뀐 것이다. 

한부모 A씨는 “양육자의 시간을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씨도 “가장 필요한 건 돈과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A씨는 “애가 어리면 어디 나갈 수가 없고 난 매번 집에서 일해줄 분을 구해야 한다”며 “전 남편은 1년에 양육비 600만원만 보내면 되는데 이런 시간은 누가 보상해주냐”고 말했다. 

▲ 양육비가 협소하게 규정된 만큼 양육비에 양육자의 시간보상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 양육비가 협소하게 규정된 만큼 양육비에 양육자의 시간보상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아이를 잠시 맡아줄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자녀를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일본에서 키운 한부모 B씨는 “한국에선 출근해야 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아픈 경우처럼 비정기적으로 잠깐잠깐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결국 부모님이 도와주고 그것도 안 되면 동생·올케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양육비를 현실화하려면 이런 ‘그림자 노동’을 반영해야 한다.  

더 나은 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재교육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차 교수는 양육여성이 임금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어렵고,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양육-불안정·저임금노동 이중고에 시달리는 점 등을 언급했다. 그는 “‘양육비 현실화’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어느 정도 시간적 가능성을 인정받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양육비를 산정할 때 의식주나 의료비 같은 기본수요 뿐 아니라 양호비용, 교육비용, 사립학교비용, 유학비용, 심리상담 비용, 양육자의 노동력 상실 등을 고려한다. 양육비 개념을 확장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A씨는 “만약 일 때문에 아이를 못 볼 때 애 아빠가 하루라도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애를 봐주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프랑스는 법에서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 행사에 따라 양육비를 차등해 자녀양육에 시간을 적게쓰면 양육비를 더 내도록 한다. 사진=pixabay
▲ 프랑스는 법에서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 행사에 따라 양육비를 차등해 자녀양육에 시간을 적게쓰면 양육비를 더 내도록 한다. 사진=pixabay

 

현행법상 면접교섭권은 부모 또는 자녀의 ‘권리’일 뿐 ‘의무’가 아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현행법상) 면접교섭권과 양육비 산정은 별개”라며 “면접 횟수를 고려하자는 주장이 논리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법에서 면접교섭권이란 자녀와 면접하는 것일 뿐 양육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프랑스는 법에서 양육비채무자(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 행사 여부에 따라 양육비를 차등하고 있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프랑스민법 관련 연구를 보면 프랑스법무부는 양육비 산정표준을 발표하면서 면섭교섭권 행사 수준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눴다. 

‘전형적 면접교섭권자(중간수준)’는 주말·방학의 절반을 함께 지내는 일반적인 면접교섭권으로 비율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보다 자녀를 덜 보는 ‘축소된 면접교섭권자’의 경우 2.3~4.5% 양육비를 더 내야 한다. 주양육자가 있지만 부모가 각자 집에서 교대로 자녀를 양육하는 공동양육자의 경우 양육비가 줄어든다. 또 한부모가 혼자 양육의무를 부담한 경우 본인 부담에 초과하는 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자녀가 성년이 된다고 양육비 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 프랑스민법에선 성년자녀의 양육비 역시 부모의 재산과 자녀의 필요, 특히 교육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자녀가 직접 청구할 수도 있다. 프랑스법원은 교육비 외에도 치료를 받는 경우, 구직활동 기간 자녀 과책이 없는 실업상태인 경우 양육비 부담을 인정했다. 성년이 됐다고 양육비 지급을 중단하면 형사상 손해배상이 선고될 수도 있다.  

자녀 나이와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양육비를 자동으로 증액하는 제도도 논의가 필요하다. A씨는 “이혼하면 상대 재산을 알 수 없으니 국가가 나서 이를 파악하고 양육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 과정부터 재산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양육비 증액청구를 법원에 하기 때문에 행정기관보다 문턱이 높고, 특별한 사정이 변경되지 않는 한 증액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어렵다. 

▲ 2017년 서울가정법원이 발표한 '양육비산정기준표'. 이혼할 때 따로 당사자 합의가 없으면 이 표를 기준으로 양육비를 산정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녀나이, 부모소득 등이 변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양육비가 오르진 않는다.
▲ 2017년 서울가정법원이 발표한 '양육비산정기준표'. 이혼할 때 따로 당사자 합의가 없으면 이 표를 기준으로 양육비를 산정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녀나이, 부모소득 등이 변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양육비가 이 표대로 오르진 않는다.

 

결국 양육비 문제를 사실상 법원에 맡긴 사회시스템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뉴질랜드에선 1992년부터 소득과 재산조사에 효율적인 국세청에서 자녀양육비 이행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법원, 내무부, 관세청 등이 협조한다. 부모는 국세청에 자녀양육비 산정을 요청하고 산정한 양육비에 불복신청 할 때도 국세청에 한다. 호주 역시 국세청 산하에 양육비 이행기관을 설립했다. 한국도 2015년부터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있지만 국세청이 양육비 이행강제·자동증감 등을 담당·분담할 필요가 있다. 

교육기관에서도 한부모 가족을 신경써야 한다. B씨는 “지금은 한국 초등학교에도 방과 후 돌봄서비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2000년대) 당시에는 학원에 보내야 했다”며 “특히 체육대회같이 학부모가 참여하는 행사를 평일에 하면 가보고는 싶지만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선 학부모 참여 행사를 학교가 주말에 열어 한부모든 맞벌이부모든 갈 수 있다”며 “월요일에 교사들에게 대체휴무를 주고 아이들은 보육원에 가 교사들 휴식도 보장한다”고 말했다.  

노동조건도 개선할 문제다. B씨는 “일본 대학 연구원에서 일하면서 혼자 자녀 케어(돌봄)가 됐는데 한국에 오니 일단 근무시간도 길고, 일을 못 해낼 때 혹시 잘릴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근무시간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등 23개 단체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한국은 양육비를 개인 간 채무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양육을 개인 책임으로 떠맡기진 않았는지, 양육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양육비를 협소하게 산정하진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관련기사 : 법원이 정한 양육비만 받으면 양육문제 해결되나?]

※ 참고문헌  
차선자, 적정양육비 산정 기준을 위한 제안
안문희, 프랑스민법상 부모의 양육의무 및 그 이행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외국의 양육비 이행지원기관 법제와 운영사례 분석 및 제정법률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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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1-21 14:14:03
차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양육비를 산정할 때 의식주나 의료비 같은 기본수요 뿐 아니라 양호비용, 교육비용, 사립학교비용, 유학비용, 심리상담 비용, 양육자의 노동력 상실 등을 고려한다. 양육비 개념을 확장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A씨는 “만약 일 때문에 아이를 못 볼 때 애 아빠가 하루라도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애를 봐주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구절벽이다. 이렇게 애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면 누가 애를 낳겠는가. 맨날 포퓰리즘이라 말하지 말고 그대들의 노후를 생각해보라. 젊은 노동력이 없는데 누가 그대들의 노후를 책임져 줄까. 인구가 경제라는 것은 그대들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