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우리는 국민이 아니었나요”
“20대 국회, 우리는 국민이 아니었나요”
육아하는 엄마들, 도시난민, 택배노동자 등 국회 좌담회

“재벌 요구는 이렇게 국회에 그대로 반영되는구나. 우리 요구를 가로막는 근거로 사용된다는 현실이 눈 앞에 확 들어왔다.”
“나는 대한민국이 원하는 국민이 아닌가보다. 태어나 4번이나 쫓겨나야만 했던 ‘도시난민’의 삶을 아는가.”

항상 ‘국민의 뜻’을 내세우는 국회는 어떤 목소리들을 외면해왔나. 4월 총선 이후 재편될 21대 국회가 모두에게 ‘민의의 전당’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모였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대 국회는 어떻게 국민 손을 뿌리쳤나’를 주제로 민중당(국민의국회건설운동본부, 김종훈 의원실) 주최 좌담회가 열렸다.

사립 유치원 비리를 공론화하고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활동해 온 ‘정치하는 엄마들’ 심연우 활동가는 “유치원 3법 입법과정을 보며 함께 분노하고 실망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는 30~40대 양육 당사자로서 어떻게 한 나라가 이렇게 사립 유치원 시장에 발목잡힐 수 있는지 분노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됨에도 마이크를 잡고 국회를 규탄했다. (아이들 문제를)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에 양육자 대표로 분노했다”고 전했다. 심 활동가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들이 있다. 학급당 원아 수를 줄여야 한다. 돌봄 종사자 분들 노동강도도 심각하다. 장애아동이 여러 아동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돌아오는 (21대) 국회에선 양육자 대표들이 방관하거나 머물러 있지 말고 보다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실현하도록 큰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남희정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 택배노동자 목소리를 잘 반영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생활물류법안 통과가 좌초됐던 시점들을 복기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노동자 고용안정 및 안전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는 법안 관련 자유한국당 검토 문서를 화면에 띄우며 “문제점 1번에 생활물류서비스업은 ‘노조지위강화법’이라 표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배포했던 보도자료 핵심 내용”이라며 “회사가 항상 하는 얘기와 단어도 똑같았다. 재벌 요구는 이렇게 국회에 그대로 반영되는구나, 그래서 우리 요구를 가로막는 근거로 사용되는구나라는 현실이 눈 앞에 확 들어왔다”고 말했다. 남 사무처장은 “국토교통부나 더불어민주당도 (법안) 반대 목소리가 커질 때 항상 동요하고 흔들렸다”며 “국민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국회가 되도록 노동자들이 앞서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 20일 '국민이 말하는 20대 국회-20대 국회는 어떻게 국민의 손을 뿌리쳤나' 좌담회 참석자들. 사진=민중당
▲ 20일 '국민이 말하는 20대 국회-20대 국회는 어떻게 국민의 손을 뿌리쳤나'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남희정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심연우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진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해직자,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집행위원장, 이희성 주거문제 활동가. 사진=민중당

주거문제 활동가 이희성씨는 헌법, 주거기본법, 서울특별시 주거기본조례·청년기본조례 등을 화면에 띄운 뒤 “대한민국에 주거권 관련 법률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계신가. 오늘은 용산참사 11주기다. 만일 그들이 이런 주거법률 안에 보호받았다면 아마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우면동 비닐하우스촌에서 경기 수원시 망포동 공원부지, 서울 행당동 강제철거지역을 거쳐 경의선공유지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쫓겨 살았던 이야기를 전하며 “대한민국 정보와 국회는 가난한 서민들의 외침을 못 듣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생 기숙사 △청년 및 주거취약계층 1인가구 임대주택 △무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공개·후분양제 등 ‘서민의 생애주기별 주택사다리’를 만들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집행위원장은 국회가 일본 강제징용과 관련해 “피해자를 위해서도 국민여론을 의식해서도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아닌 일본정부가 원하는 강제동원 해결방안”을 담은 법안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이른바 ‘문희상안’(1+1+@) 얘기다. 권 위원장은 “앞서 ‘발의 안 될 거다, 발의돼도 통과 안 될 거’라 이야기했던 국회의원들은 정작 법안이 발의되자 침묵했다”며 “문희상안은 간신히 막았지만 이런 법안이 나올 때 국회로 팩스 보내고 방문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걸까.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항해 피해자와 국민과 같은 마음으로 싸우는 국회와 의원들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직된 김진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은 “실태조사 결과 3분의1이 극한의 우울증, 경미한 정도까지 합하면 전체 해직자 3분의2가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까지 발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였던 시절 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 및 사면복권을 약속했고,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복직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이 말하는 20대 국회-20대 국회는 어떻게 국민의 손을 뿌리쳤나'를 주제로 민중당 주최 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이 말하는 20대 국회-20대 국회는 어떻게 국민의 손을 뿌리쳤나'를 주제로 민중당 주최 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좌담회를 지켜본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얼마 전 중학생들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면 예전엔 태권브이가 나온다고 했는데 이제 뭐가 나올까요’라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쓰레기 나오잖아요’라고 하더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묻진 않았지만 학생들 눈에도 국회 모습이 그렇게 비춰진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며 “20대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했고 끝내 ‘국민 무시 국회’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 21대 국회가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여든 야든 ‘코스프레 정치’, 오히려 절망을 주는 ‘성공한 무엇’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농민 등이 정치 주인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평화 2020-01-20 16:59:37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그 책임 또한 막강하다. 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표함으로써 주권자의 권리를 다하기 바란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최악을 피하는 것도 정치의 한 방법이다. 참여하고 투표하라.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라. 참여하지 않고 비판만 하는 것은 주권자의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