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抱之木, 生于毫末; 九層之臺, 起于累土.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털끝만한 작은 싹에서 생기고, 아홉층의 높은 대도 터 닦기에서 이루어진다.

시진핑은 ‘전국 선전사상 공작회의 연설’ 때 <노자·제64장>에 나오는 이 말을 인용했다. 시진핑은 또 인도네시아 방문 연설에서 이 글귀를 따와 ‘반드시 두 나라 관계의 사회토양을 단단하게 다지자’며 국가 간의 화목과 친선을 표명했다. 시진핑은 ‘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중국과 프랑스의 우의는 양국 국민이 부지런히 일궈낸 결과’라고 말했다. 시진핑이 선전사상 공작회의에서 이 말을 인용할 때는 선전사상 공작을 잘 하는 데에 대한 기층공작 창신創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시진핑은 이 말을 즐겨 인용하는 데 큰 것과 작은 것, 많은 것과 적은 것, 결과와 시작의 변증법적 사고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발전변화는 규율과 동시에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반드시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한 것이 큰 발전이 되고 대사업을 이룬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 같은 이치다. 우공이 한 광주리씩의 흙을 옮기듯 ‘자자손손’ 끝없이 이어가면 마침내 목적했던 그날에 다다를 수 있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 2019년 11월6일 중국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 2019년 11월6일 중국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合抱之木, 生于毫末; 九層之臺, 起于累土; 千里之行, 始于足下. 爲者敗之, 執者失之. 是以聖人無爲, 故無敗; 無執, 故無失. 民之從事, 常于幾成而敗之. 愼終如始, 則無敗事.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털끝만한 작은 싹에서 생기고, 아홉 층의 높은 대도 터 닦기에서 이루어진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인위적으로 하는 사람은 실패하고, 틀어쥐려는 사람은 잃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하기 때문에 실패가 없고, 틀어쥐려는 바도 없어 잃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을 하면 언제나 거의 완성단계에서 실패한다.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끝까지 유지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다.

노자는 사물의 발전규율의 근거는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것과 일 처리를 끝까지 처음처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털끝만한 작은 싹에서 생기고, 아홉 층의 높은 대도 터 닦기에서 이루어진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合抱之木 生于毫末; 九層之臺, 起于累土; 千里之行, 始于足下.’에서 ‘합포合抱’는 두 팔로 껴안을 정도의 큰 나무를 말한다. ‘호말毫末’은 어린 모종, 즉 새싹으로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한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아주 작은 새싹이 자라서 생긴 것을 말한다. 구층의 높은 대도 한 광주리의 흙이 쌓여 만들어 지고, 천리 먼 길의 노정路程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다. 큰일은 모두 작은 일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면서 변천해 간다는 도리를 구체적으로 논증했다. 

노자의 ‘큰 것은 작은 것에서 생긴다(大生于小)’는 사상은 전국시대 유가儒家의 대표적 인물인 순자荀子에게 영향을 끼쳤다. <순자·권학勸學>편을 보면 순자는 ‘흙이 쌓여 산을 이루고(積土成山)’ ‘물이 모여 못을 이룬다(積水成淵)’ ‘반 발자국이 쌓이지 않으면 천리 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없다(不積跬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海)는 등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자와 다른 것은 순자는 이에 근거해 ‘자르는 것을 중단하지 않으면 쇠나 돌도 파이게 된다(鍥而不舍, 金石可鏤)’는 적극적인 진취적 주장을 제기했다. 노자의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無爲’ ‘무집無執’ 사상의 원래의 취지와는 크게 다르다. 서로 같은 전제가 다른 결론으로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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