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국 미디어의 고뇌’ 산케이 신문 보도가 가리키는 것
‘한국 미디어의 고뇌’ 산케이 신문 보도가 가리키는 것
[기자수첩] 한국 미디어 문제점 5회에 걸쳐 지적한 산케이 보도…“일본도 비슷하다”면서 일본 사례는 언급 안 해

일본 보수 성향 산케이 신문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7일까지 5회에 걸쳐 ‘한국 미디어의 고뇌’라는 시리즈를 게재한 가운데 이런 보도가 ‘혐한 보도’의 일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시리즈가 한국 미디어의 고질적 문제를 꽤나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혐한보도로 보기보다 한국 미디어의 환경을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하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산케이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인 ‘기사 거래’, 광고 효과보다는 ‘스캔들 억제’를 위한 광고, ‘돈을 주고 거래하는 언론사 시상’ 등 비교적 한국 언론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다만 기사 시리즈에서 ‘기사 거래’ 관행을 외부에 드러내려는 기자들의 자정적 노력은 맥락에서 배제하고 기사거래 관행 자체만 비판한 점  ‘기사 외주 거래 사이트’ 등을 들어 한국 언론을 싸잡아 잘못됐다고 꼽은 것은 성급하다. 

포털 사이트 의존도를 지적하는 기사에서 “일본 역시 비슷하다”면서도 일본의 야후에 취재를 청하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기사를 끝내버린 것도 이번 시리즈 기사가 혐한에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기획 마지막 기사에서 “일본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는 코멘트를 인용하면서도 일본의 언론 상황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산케이 신문이 총 5회에 걸쳐 연재한 ‘한국 미디어의 고뇌’ 시리즈 기사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 첫 사례는 지난해 연말 경향신문에서 벌어진 ‘협찬금을 받기로 하고 기사를 삭제한 일’이다. 그러면서 산케이는 “한국 대기업 미디어의 대부분은 이번 문제를 묵살하고 유사한 거래를 하는 등, 이런 일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산케이는 그 이상을 나가지 못한다. 기사를 쓴 기자는 자괴감을 토로하며 퇴직을 했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성명을 붙였다. 간부들은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경향신문의 자정노력에 대해서 산케이는 평가하지 않았다.  

▲산케이 신문의 '한국 미디어의 고뇌' 기사 화면.
▲산케이 신문의 '한국 미디어의 고뇌' 기사 화면.

산케이는 두 번째 기사에서 한국 공영방송을 저격했다. 최근 KBS가 조국 전 장관의 보도 등에서 정부에 치우진 편향적 방송을 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전했다. 이어 전 정부에서도 KBS는 정부에 친화적인 방송을 해왔다고 했다. 이전 정부 청와대 관계자가 KBS에 보도개입을 했다는 내용도 언급돼있다. 그러면서 산케이는 “한국의 최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 수신료 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시리즈는 보수 유튜버 이슈를 다뤘다. 한국 보수 유튜버 ‘성제준 TV’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이 텔레비전이나 신문보다는 유튜버들을 신뢰한다는 코멘트 등을 전했다. 이어 보수성향 단체 ‘트루스 포럼’의 김은구 대표를 인용하면서 “‘촛불집회’의 분위기가 나라에 퍼지는 동안 탄핵 절차의 미비를 냉정하게 지적한 것은 유튜브뿐”이라는 말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보수 유튜브 ‘신의 한수’의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어섰다고도 했다. 두번째와 세번째 시리즈에서 보수 유튜버와 한국의 자유한국당 위주의 시선에서 미디어 비평이 이뤄졌다. 

네 번째 시리즈는 포털 사이트를 다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사에서 산케이 신문이 지난해 11월 한국의 한 중개인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현역 기자 700명을 등록해, ‘기사 외주’를 한다고 광고했던 사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홈페이지는 ‘올백뉴스’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올백뉴스’는 기자와 기사 발행을 원하는 외주사를 중개해준다고 광고하면서 “나 빼고 다 한다. 나도 기사 외주해서 돈 좀 벌자”는 문구를 사용했었는데 산케이의 기사에서도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해 12월8일 저널리즘 토크쇼J는 ‘언론사 콘퍼런스, 협찬과 거래사이’ 기사에서 올백뉴스 문제를 다뤘다. 기자 중개 사이트 대표는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 거기 나와 있는 기자 수나 뭐 매체 수나 비용 뭐 소득 같은 거는 제가 이제 기자님들 모으려고 좀 허위로 기재해 놓은... 지금은 이제 뭐 그렇게 뭐 오셔서 회원가입 하시는 분들은 뭐 한 80명 정도 되는데, 근데 뭐 제가 그분들한테 일을 드리거나 한 것도 한 번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산케이 신문은 돈을 매개로 기사를 직접 거래하는 사이트 문제를 다루고 한국 언론의 생태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후속 취재는 하지 않았다. 

▲산케이 신문에서 한국의 '기사 중개 사이트'를 소개한 기획 기사.
▲산케이 신문에서 한국의 '기사 중개 사이트'를 소개한 기획 기사의 일부. 

산케이는 인터넷 신문의 증가와 신뢰도 하락을 전하고, 댓글들도 뉴스를 읽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언급하면서 “인터넷 기사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은 댓글로 쏠렸다.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신문사나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고 간단한 조작으로 여론 왜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케이는 이러한 현상이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라면서 일본도 포털을 통한 뉴스 검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의 홍보실은 산케이 신문의 취재에 대해 ‘보류’라고 답했다”면서 일본 언론 문제를 가볍게 넘겼다.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정치 이슈까지 언급하고 비판하면서 정작 일본의 포털 비중 문제에 대해선 외면해버린 셈이다.  

산케이는 다섯번 째 시리즈 기사에서 한국 매체의 뉴미디어 사업들을 언급했다. 헤럴드경제 ‘인스파이어’와 CBS ‘씨리얼’ 사례를 언급했다. 산케이 신문은 씨리얼 사례를 언급하면서 “왕따를 다룬 한 콘텐츠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책을 출판하고, 이벤트 개최를 하는 등 수익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는 “거의 모든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 신문의 설날 1면에는 한국 최대 재벌 삼성 광고가 게재된다”면서 “디지털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광고 거래에 관한 특유의 관습”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케이 신문은 “한국 ‘기레기’의 고뇌는 반드시 그들의 문화·관습에 기인한 것뿐만은 아니다. 전 5회의 연재를 통해 SNS상에서는 ‘일본과 같다’, ‘어차피 일본도 이렇게 되지 않느냐’ 등의 반응이 전해졌다”고 덧붙이면서 기획을 마무리했다. 산케이 신문이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포털 사이트 의존의 문제 등 자국의 언론 문제를 함께 다뤘다면, 이런 보도가 ‘혐한 보도’의 일환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25일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 방문한 하세가와 아야 홋카이도 신문 기자는 “일본 언론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씨의 증언을 처음 보도했다가 일본 사회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은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 신문기자에, 일본의 언론은 공격을 보면서도 적극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2017년 일본TBS 기자의 성폭행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했다”고 말한적 있다. (관련기사: 일본에서 ‘위안부 최초 보도 기자’ 공격에 언론이 침묵한 이유)

또한 하세가와 아야 기자는 “일본에서는 언론사에 들어가면 ‘기자 개인’으로서 생각하기보다 ‘회사의 종업원’과 같은 감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조직에 저항해 개인이 성명을 낸다거나 하는 것은 일본 언론인들이 생각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일본 언론의 경직된 환경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에 관심을 준 만큼 산케이 신문의 일본 언론에 대한 성찰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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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1-19 21:40:28
일본국민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일본 언론(진보+보수 모두) 탓이다. 언론이 기득권과 불의 그리고 부정/부패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정권과 입만 맞추니 누가 정치참여를 활발히 하겠는가. 일본 언론인들이 진급과 기득권 유지 그리고 정권/기득권 편향뉴스만 보내니, 일본 정부와 정치인을 국민이나 시민단체가 어찌 비판(말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됨)할 수 있나. 세계 언론자유지수(한국 41위, 일본 67위)만 봐도 일본언론의 심각함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일본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그냥 기득권(권력이 가장 강한 기관순서 정부<검/경/법원> or 재벌)의 기관지일 뿐이다. 기자들도 이에 순응하는 대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