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0년 전 홍준표 섭외 개그 프로 제재 받았던 이유
10년 전 홍준표 섭외 개그 프로 제재 받았던 이유
정치심의·비합리적 규정에 방송사 위축, “규제도 중요하지만 정치참여 떨어뜨려”

21대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방송가는 고민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유튜브의 자유분방한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경쟁자인 방송사는 선거 관련 프로그램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 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출범을 알리고 방송사에 선거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기준 준수 △후보자의 방송 출연제한 △선거보도의 공정성, 형평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선거방송심의위 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받는 만큼 방송사들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선거방송 심의규정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만들었지만 지나친 기준이 제대로 된 선거 방송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논란이 많은 조항은 ‘출연’이다. 선거 기간 동안 방송사는 시사 분야 외의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켜선 안 된다. 후보자를 보도, 토론방송 진행자로 출연시켜도 안 되고 광고 출연도 안 된다. 직접 출연 뿐 아니라 ‘출연 효과’를 줘도 안 된다. 특정 후보자가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불공정을 피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그러나 역대 심의 내역을 살펴보면 ‘출연’ 조항에서 황당한 사례가 많다. 2012년 총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자가 채널A ‘개그시대’에 출연해 채널A가 제재를 받았다. 2016년 총선 때는 EBS 다큐프라임 ‘결혼의 진화’편 재방송에 진선미 후보자가 출연해 제재를 받았다. 해당 방송은 결혼 방식과 제도에 대한 내용으로 본방송은 선거기간 이전이었는데, 재방송이 선거기간에 겹쳤다. 

후보자가 직접 출연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제재가 나왔다. 20대 총선 때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은 극 중 도서관에서 대화하는 주인공들 뒤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표지에 나온 시사저널이 노출됐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2012년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출마한 시기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했는데 예고편에 문성근 최고위원이 나왔다는 이유로 예고편을 내보낸 4개 채널이 제재를 받았다. 

▲ 2011년 채널A '개그시대'에 출연한 당시 홍준표 의원. 사진=채널A.
▲ 2011년 채널A '개그시대'에 출연한 당시 홍준표 의원. 사진=채널A.

 

▲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화면 갈무리.
▲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화면 갈무리.

전 선거방송심의위 관계자는 “안철수, 진선미 건 등을 보면 단순히 출연했다고 제재할 게 아니라 어떤 맥락인지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선거 기간 광고 등을 통해 더 많이 노출되는 게 불균형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유튜브 ‘신의 한수’ ‘알릴레오’가 지상파 라디오보다 영향력이 덜하다고 볼 수 있나”라며 “오히려 알릴레오가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데 (방송이) 규제가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튜브 규제 강화보다는 선거방송심의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건식 부장은 “90일 전에 출연을 제한하는 건 1970년대 지상파 독점일 때는 의미 있는 규제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예능, 드라마도 출연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어떤 형식의 프로그램에는 못 나가는 게 헌법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 미국은 SNL에 대선후보들이 나온다. 후보자들이 주부들을 위해 아침프로그램에 나오고, 10대를 위해 음악프로그램에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보도의 경우 모든 걸 말로 해야 하는 라디오 제작진들이 난처하다. 선거 기간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공표 항목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지원단 관계자는 “최초 보도시엔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및 단체명, 조사대상, 표본오차 등 12가지 사항을 다 말해야 하고 인용 보도할 때는 8가지를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성, 객관성 심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점도 방송사로서는 고민거리다. 한 지역구를 다룬 뉴스 리포트에서 후보자가 5명이면 5명 모두 등장시키고 균등한 시간 동안 나오도록 하고, 특정 후보를 티 나게 띄우거나 비판하면 심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17대 대선 때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BBK 사건 관계자인 에리카김을 인터뷰했는데, 공정성에 위반된다며 중징계를 받았다 재심 때 제재가 취소됐다.

▲ 20대 총선 당시 JTBC '썰전'화면 갈무리. '썰전'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JTBC는 선거기간 당시 후보자의 '출연' 및 '출연효과' 규정을 의식해 후보자 얼굴에 모자이크 표시를 했다. 방송사의 위축효과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당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하기 이전)
▲ 20대 총선 당시 JTBC '썰전'화면 갈무리. '썰전'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JTBC는 선거기간 당시 후보자의 '출연' 및 '출연효과' 규정을 의식해 후보자 얼굴에 모자이크 표시를 했다. 방송사의 위축효과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당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하기 이전)

울산MBC는 후보자 실명을 드러내는 의혹보도 등을 기획했으나 선거법 위반 소지 탓에 주저한 경험이 있다. 홍상순 울산MBC 보도국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뭘 하려고만 하면 규정에 걸린다. 후보를 검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규제를 받는 사안이 아니더라도 방송가에서는 논란을 우려해 ‘위축’되는 문제도 벌어진다.

선거방송심의는 풍자도 가로막는다. 심의규정은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후보자나 정당의 품위를 손상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tvN 프로그램 ‘SNL’의 인기코너였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받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 역할 출연자가 유독 폭력적인 반면 안철수 후보 역할 출연자는 긍정적으로 그려진다고 비판했다.

물론 선거방송 심의 제도가 도를 넘은 방송에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전 선거방송심의위 관계자는 “변화한 매체 환경에 맞지 않기에 규정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도 지나치게 편향적인 방송에 제동을 거는 역할도 한다. 양날의 칼인 셈”이라고 했다. 2016년 총선 당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과도한 편향성을 보일 때 선거방송심의위가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지금처럼 후보자별로 기계적 균등이라도 요구하지 않으면 특정 후보자만 지나치게 띄우거나 비판할 우려도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방송학회 지역방송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이진로 영산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공정성·형평성·객관성 조항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심의에 걸릴 것을 염려해 방송사들이 후보자에 대해 충실히 보도하지 못한다”며 “질적 평가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기계적 중립 수준의 보도에 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건식 부장은 “엄격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정치 참여를 높이고 알권리를 높여주는 게 민주주의를 되찾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 tvN에서 방영된 SNL의 '여의도 텔레토비' 화면 갈무리.
▲ tvN에서 방영된 SNL의 '여의도 텔레토비' 화면 갈무리.

과도한 심의의 이면에는 심의 조항 뿐 아니라 위원회 구성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관위, 시민단체, 법조계, 현업인, 방송단체 등에서 추천하는데 국회 교섭단체별로 위원 1명씩 추천한다. 전 선거방송심의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추천하는 단체들이 있는데 정당 추천 위원들은 검증을 할 수 없이 무조건 임명되는 구조”라고 했다. 홍상순 보도국장은 “정당 추천을 받으면 그 정당을 대변하게 된다. 추천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 추천 인사들은 여러번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 총선 당시 황교안 변호사(자유한국당 대표)가 위원장에 선임됐으며, 이를 전후해 공안검사 출신 인사나 뉴라이트 인사가 몇차례 선임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고대영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전 KBS 사장)를 추천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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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1-20 14:13:01
공중파를 제외하고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재벌과 대기업이다. 아무리 유튜브를 많이 본다고 하지만, TV 영향력은 따라갈 수 없다. 각종 미디어 공룡이 출연하고 있고, 이를 대부분 대자본이 소유하는 구조에서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송이 자본력 기준으로 선거 편파 방송을 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 미디어는 계속 커질 것이고, 이는 대자본 구조로 개편될 것이다. 1인 방송과 TV의 영향력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 공영방송까지 민영화된다면(정권에 따라), 우리나라 선거는 대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