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조선일보의 경제기사가 정치화돼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원에 진보성향 대법관 등이 늘어나고 진보성향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진보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검찰 인사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검찰 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입법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외부 인사들이 모여 매달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비평하는 기구다.

17일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13일 독자권익위 정례회의 내용이 실렸다. 이날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이 참석했다.

이번 독자위에서는 최근 경제 기사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의 경제 기사가 정치화돼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독자 위원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대립이 격해져서인지 많은 경제 기사가 정치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 정책 중 비판할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이런 비판의 근거가 정치적 이슈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디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실제 민생·실물경제 현장에서 어떤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사를 많이 써달라”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독자위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장 기사를 칭찬하는 말도 나왔다. 한 독자위원은 “‘美대법 노숙도 기본권’(12월19일 A18면),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 점점 듣기 어려워지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12월26일 A18면) 등 미국 실리콘밸리 특파원이 쓴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현지에 살아야 느끼고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작지만 소중한 팩트 중심의 기사다. 여러 지면에 흩어져 있는 특파원의 현장 기사를 한곳에 몰고 지면도 확대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진영 논리나 정치적 해석이 아닌 현장 기사를 많이 써달라는 공통된 주문이다.

▲17일 조선일보 33면.
▲17일 조선일보 33면.

또한 독자위에서는 조선일보 법조팀장이 쓴 기사 가운데 대법원의 진보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담은 기사에 대해서 “진보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의견은 조선일보 12월10일 ‘기자의 視角(시각): 정권과 한 몸 돼 가는 대법원’ 기사를 두고 나온 것인데 해당 기사는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이 작성했다. 기자는 “현 정권 들어 지금까지 대법원장·대법관 14명 중 9명이 교체됐다. 9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5명이 진보 성향의 우리법, 인권법, 민변 출신”이라며 “이 ‘진보 5인방’은 찬반이 팽팽한 사안에선 어김없이 진보 성향 판결을 하고 있다. 5명 모두 ‘종교적 병역 거부는 무죄’라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독자권익위 위원은 “진보 판사 5명이 무죄로 판결했다는 비판적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은 사회 변화에 따라 깨져야 한다. 하급심이 대법원 판례만 따르면 법조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적 병역 거부 판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절대다수 법조인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진보를 그 자체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대상으로 이런 단체를 통으로 비난하는 것은 사회를 위하여도 법조를 위하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대해 조선일보가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독자위원은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인사 의견 청취와 관련해 윤 총장이 항명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조항의 입법 취지와 운영 경과 등에 관한 심층 보도가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의견 청취’ 조항은 검찰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한다는 것은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법무장관은 인사 대상자의 복무평가 등이 담긴 자료를 검찰총장에게 보낸 다음 며칠 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게 관행이자 불문율로 정착되었다”며 “하지만 추 장관은 이런 법 취지와 관행을 무시했다.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단순히 상급·하급자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 추 장관은 또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 때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으나, 특별수사본부 설치는 대검 예규에 명시되어 있는 검찰총장 전결 사항. 이같은 것을 독자에게 잘 알려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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