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6일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통제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방송법 위반 사실에 1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한 가운데, 언론 시민단체는 방송법 제정 33년 만에 나온 최초 유죄 확정판결을 환영하면서도 현행법에 보완할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수석은 2014년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KBS 보도에 고성으로 항의하고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2016년 5월16일 이정현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발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나온 판결이다. 

언론노조(위원장 오정훈)는 17일 논평 ‘KBS 세월호 보도통제 이정현 의원 유죄 확정은 사필귀정’을 발표하고 정치권력이나 경영진의 방송 독립 침해 행위는 엄벌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방송독립 침해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첫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며 “2016년 당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비망록, 통화 녹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KBS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정부에게 불리한 뉴스를 빼달라거나 심지어는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하필 KBS 뉴스를 봤다는 말과 함께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국가기간방송의 뉴스를 농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법률 위에 군림하며 파렴치한 방법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보도를 농단한 권력자들을 엄벌하지 않고서는 언론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며 “다시는 무도한 권력의 언론 장악이 되풀이되지 않게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정현 의원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뜻이 있다면 입장문을 통한 유감 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출마 운운하지 말고 정치권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이정현 무소속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언론노조는 이정현 전 수석은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 전 수석 외 방송사 내부인사인 길환영 전 KBS 사장이나 백종문 MBC 전 부사장의 경우 방송법 위반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을 들며 현행 방송법 보완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 홍보수석은 처벌받았지만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만일 검찰 해석대로 이 조항이 ‘방송사 외부’만을 규정한 것이라면, 길 전 사장처럼 권력과 결탁한 방송사 임원, 간부들의 방송독립 침해 행위들은 어떻게 방지하고 처벌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검찰은 백종문 MBC 전 부사장의 방송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법 해석은 방송사 내부의 부역자, 내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입법 취지에 따라 방송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내외부 가릴 것 없이 처벌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방송독립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17년 이 전 수석이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 검찰은 함께 고발된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방송법이 방송사 외부의 보도 관여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는 점에서 내부 관계자인 길 사장에게 방송법 관련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언론노조가 방송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백종문 전 부사장에게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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