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수 언론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팩트체크 센터 지원 구상 등을 설명한 가운데 조선일보는 공영방송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프레임을 전환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판결 보도에서도 조선일보는 이 전 수석에 유리한 내용 위주로 전달하며 튀는 모습을 보였다. 법무부와 검찰이 직제 개편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는데 진보성향 신문은 건조하게 사안을 다룬 반면 보수성향 신문은 갈등을 부각했다.

대통령 업무보고, 팩트체크 센터 지원 정책 공식화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나 불법 유해정보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 자율 팩트체크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올해 안에 센터가 설립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17일 아침신문 역시 이 대목을 강조했다. “가짜뉴스 막을 민간 팩트체크 지원...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경향신문) “文 또 ‘가짜뉴스와의 전쟁’ 강조.... 민간 자율 팩트체크 지원”(세계일보) “가짜뉴스 걸러낼 팩트체크센터 만들고”(한국일보) 등이다.

이들 신문은 팩트체크에 예산 지원을 할 뿐 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통위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한국일보는 정부여당이 유튜브 및 허위정보 관련 규제를 추진했으나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는 민간에서 생산되는 가짜뉴스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 17일 세계일보 보도.
▲ 17일 세계일보 보도.

조선일보 “방송편파엔 한 마디 안 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짜뉴스’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업무보고를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게 이례적이라며 “총선을 앞둔 가운데 야당은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이 ‘비판 여론 재갈 물리기’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을 앞두고 연일 자유한국당과 입장을 나란히 하며 공영방송 문제를 부각해온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공영방송 이슈와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연결지었다. 이날 업무보고를 다룬 조선일보 기사제목은 “공영방송 허위 편파엔 한마디도 안하면서.... 文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의 권익 지켜야’”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전한 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야말로 가짜뉴스의 진원지”라는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한국당 미디어특위가 자체 파악한 KBS와 MBC의 왜곡보도가 119건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당 로고에 일장기를 겹친 영상을 내보낸 사례,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균등하게 다루지 않은 사례 등을 지적했다.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있는 건 맞지만 실제 왜곡보도가 119건에 달한다는 건 한국당 주장일 뿐 분명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다.

▲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보도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KBS 국정감사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보도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KBS 국정감사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이정현 전 수석 유죄 확정, 조선일보의 ‘차이’

16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벌금형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수석은 2014년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KBS 보도에 고성으로 항의하고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압박했다.

17일 아침신문들 역시 이 소식을 일제히 다뤘다.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은 2단 기사와 더불어 사설을 내고 “언론을 통제한 정치권력을 단죄한 첫 대법원 판결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단 기사로 내보냈으며 중앙일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 17일 경향신문 사설
▲ 17일 경향신문 사설

이날 가장 튀는 보도는 조선일보였다. 이번 판결은 2심을 확정한 것인데 조선일보는 2심 판결 내용을 “이전에는 처벌 사례가 없어 관행 또는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 활동 범위 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이 없었고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어서 다른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내용만 내보냈다. 조선일보가 다룬 판결 내용만 보면 이정현 전 수석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전 수석의 요구를 명확한 범죄 행위로 판단한 1심에 비해 2심에서 형량을 낮춘 건 사실이지만 조선일보가 다루지 않은 판결 내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은 2심 판결 내용이 “통화한 내용이 단순히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 “향후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 수정해달라는 취지로 편성 간섭에 해당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해도 방송법에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도마 위에 오른 법무부 직제개편안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 폐지하는 내용의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대해 검찰이 전담부서 존치를 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제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직제개편안은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부, 공판부로 전환하고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대검찰청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대응 등을 감안해 존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17일 보수성향 신문은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을 부각했고 진보성향 신문은 비교적 건조하게 다뤘다.

▲ 검찰 직제개편안 다룬 17일 한겨레 보도
▲ 검찰 직제개편안 다룬 17일 한겨레 보도
▲ 검찰 직제개편안 다룬 17일 조선일보 보도.
▲ 검찰 직제개편안 다룬 17일 조선일보 보도.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법무부 검찰 중간간부 인사 속도... 검찰은 직접수사 축소 반대” “검찰,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전담부서 존치 원해’” 제하의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반대의 강도는 세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법무부, 직제개편 발표해놓고 의견수렴 통보... 검찰 반발” “중앙지검장이 만든 직제개편안 중앙지검 부장들 강력히 반대”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중앙지검 검사들, 이성윤 면전에 ‘권력의 불법 외면 말라’” 기사를 내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첫 간부회의에서 일선 기사들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의 입장 차이는 사설에서도 드러났다. 한겨레는 “인사권은 존중돼야 하나 수사 방해라는 의혹이 제기돼서도 안 될 것”이라며 법무부 인사권의 당위성을 부여하면서도 진행 중인 정권 관련 수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한겨레는 상호 간의 협력과 조율을 당부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청와대 수사를 막자고 사정 시스템을 뒤흔든 것은 누가 봐도 또 하나의 농단”이라며 이번 직제 개편이 정권 수사에 대한 대응 측면이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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