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이들의 명단을 웹사이트(배드파더스)에 공개한 행위가 무죄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미지급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현행법을 하루빨리 개정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배드파더스’ 공동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는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애초 변호인단이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것은 양육비 문제가 더 이상 개인 문제로 치부돼선 안 되고 사회 일반이 알아야 하며 결국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여론에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또한 일반 국민 관심이 재판부에 전달되길 바라는 의도에서였다. 14일 재판 결과 국민인 배심원들 판단도 변호인단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뜻 깊었다”며 “양육비는 부모 의무이자 아동 생존권의 핵심내용이다.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육비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20대 국회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양육비 이행강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도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미지급자 명단공개 △미지급자 운전면허 정지 △미지급자 출국금지 △미지급자 형사처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그 비용을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확대’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까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양육비 이행강화 법률안은 10건에 이르지만 주요 쟁점 법안에 밀려 쌓여만 있는 실정이다. 이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형사처벌 시 형량과 관련 “근로자 임금체불 시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 기준이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발의된 법안 중 형사처벌 규정은 최대 5년 이하, 낮게는 1년 이하다. 근로기준법에 준한다면 3년 이하 징역 형사처벌까지도 입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16일 서울 서초구에서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 강화와 대지급제 등을 통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6일 서울 서초구에서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 강화와 대지급제 등을 통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생존권을 해친다는 점에서 검찰이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현재도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 처벌규정이 있지만 검찰이 적극 적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번 (배드파더스) 고소인 중에서 장기간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분도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이었다. 만약 검찰이 그분을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하고 실형을 구형했다면 바로 양육비가 이행됐을 텐데 오히려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에 (배드파더스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는 주장을 했던 것”이라 덧붙였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각 정당 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 분들을 찾아 뵈어서 문제의 심각함을 알리고 논의를 강력하게 추진할 생각”이라며 “다음주부터는 국회를 향해서 가야 할 것 같아 계획하고 있다. 저희 회원도 하루 사이에 100명이 늘었다. 적극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배드파더스’ 무죄 판결 이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섰던 사이트 자원봉사자 구본창씨는 “어제 오늘 신상공개 요청이 200명으로부터 왔다. (사이트 개설 이후) 지금까지 1년6개월 동안 신원공개 상담 문의가 3500명 정도였다.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로는 10% 정도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무죄 판결 이후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 20대 국회 양육비 이행강화 관련 법안 발의현황. 자료제공=양육비해결총연합회
▲ 20대 국회 양육비 이행강화 관련 법안 발의현황. 자료제공=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어 구씨는 “미지급자들은 그동안 주로 ‘현행법상 (명단공개가) 명예훼손이니까 고소하겠다, (내 정보를) 내려라’ 압박했는데 판결 이후 5명이 태도가 싹 바뀌어 원만하게 합의하자고 전화를 걸어왔다. 3명은 이미 양육비를 지급했고, 2명은 양육자와 협의 중”이라 밝혔다. 5~6년 가까이 양육비를 주지 않았던 미지급자도 이번 판결 이후 양육비를 지급했다고 구씨는 밝혔다. 배드파더스가 명단을 공개한 400여건 중 16일 기준 117건이 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배드파더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내렸고, 재판부(제11형사부, 부장판사 이창열)도 무죄를 선고했다. 명단이 공개된 미지급자들이 사이트 관계자 구씨 등을 고소한 사건이다. 양 변호사는 “배심원 전원이 만장일치한 사건은 판결이 뒤집히는 일은 많지 않아서 (검찰이) 항소를 안 할 걸로 기대한다. 다만 파장이 있는 사건인 만큼 검찰이 고민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공동변호인단은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이은영,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정순문·정제형,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법무법인 제이앤씨 홍지혜, 법무법인 정률 최희정,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법무법인 지평 박성철·박봉규·유원상 변호사 등 12인으로 꾸려져 무료 변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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