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성장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한 업계가 또 드러났다. 

2018년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06년 3조원이던 가전제품 렌탈시장 규모가 2020년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렌탈시장관련 업체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한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청호나이스, SK매직, 교원, 쿠쿠 등이 있다. 정수기, 비데와 같은 소형가전뿐 아니라 공기청정기,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가전까지 렌탈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SK매직은 계열사인 SKT·SK브로드밴드와 함께 인터넷+렌탈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 정수기. 사진=코웨이
▲ 정수기. 사진=코웨이

 

코디(코웨이 레이디), 코닥(코웨이 닥터), 플래너, 매직케어 등으로 불리는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현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이 지난해 12월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를 내놨다. 지난해 6~8월 노동자 6명을 면접조사하고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도움으로 같은해 7~8월 노동자 78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산재보험 확대방안을 제시하며 밝힌 가전통신서비스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이 약 3만명, 가전제품 단독 작업 설치기사가 1만6000명이었다. 기존 연구를 보면 방문점검원은 모두가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였다. 전국에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규모를 많게는 100만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에게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고 맡은 계정 건수를 정해진 기간동안 처리해내는 식이었다. 하루 평균 9.08시간, 1주 평균 5.39일을 일했다. 하루 8시간, 주5일 노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대기·준비·이동에 평균 1.8시간을 썼다.

한 노동자는 인터뷰에서 “아침 7시40분에 나와 집에가면 밤 11시 가까이 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격주로 일한다거나 주말에 일하는 경우가 한 달에 4번있다는 노동자도 있었다. 반면 코웨이 공식블로그에는 ‘코디의 시간관리가 자유로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 코웨이 코디블로그 갈무리
▲ 코웨이 코디블로그 갈무리

노동자들은 월평균 204건 넘는 계정을 처리했다. 서비스연맹은 조사결과에서 “이는 응답자 평균으로 하루 4~5시간만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처리 건수는 평균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월수입은 222만원으로 나왔는데 업무 관련 지출비용을 빼면 평균 순수입은 162만원이었다. 코웨이가 블로그에서 밝힌 월 평균 수입은 2018년 3월 기준 240만원이었다. 

서비스연맹은 조사결과에서 “영업을 위해 고객 선물 구매 등을 위해 개인 비용을 지출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2~3년 약정으로 정수기를 구입하면 노동자들에게 몇 달치 렌탈비용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때 노동자들은 수수료와 추후 점검수당을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한다”고 전했다. 실적 압박으로 자신 명의로 상품을 구입한 적 있는 응답자가 69.2%나 있었다.

또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일정기간 내에 반환하면 노동자들이 역으로 회사에 돈을 내야하는 점도 지적했다. 수수료로 7만5000원을 받았으면 1.5배 되는 10만원 가량을 월급에서 공제했다. 14일 이내 반환하면 수당되물림 비용은 2배였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영업압박 뿐 아니라 극심한 감정노동과 실제 손해까지 감내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고객에게 폭언·인격무시·성희롱 등 갑질도 당하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가정방문 특성 때문에 성희롱·성추행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2인1조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니고 언제나 혼자 다녀야 해 불안감을 늘 느낀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들 역시 같은 어려움으로 2인1조를 요구했고 울산에선 ‘탄력적 2인1조’제를 도입하고 성과제도 없애기로 했다.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업무내용과 방식을 지시받았고 업무시간 외에 지시를 받기도 했다. 당일콜, 강제시간 지정을 예고없이 받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9%는 그런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체별로는 코웨이가 50.7%로 가장많았고, 청호나이스(45.2%), SK매직(20.7%) 순이었다.  

또 노동자들은 회사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출근해야 하는 의무 등을 부여받았고, 회사가 지정한 유니폼을 입고 일했다. 절반 넘는 노동자들은 유니폼까지 월급에서 공제당했다. 

신입교육이나 신제품 출시 때 뿐아니라 일상적인 교육도 받았다. 코웨이에선 ‘비타민교육’이라는 정신교육·영업교육을 했다. 영업목표를 채우지 못한 경우 ‘매출 부진자’로 분류해 부진자 교육을 받기도 했다. 

▲ 매출부진으로 인한 불이익. 자료=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
▲ 매출부진으로 인한 불이익. 자료=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

 

▲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 자료=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
▲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 자료=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

 

응답자들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로서 보호를 원했다. 임금(수수료) 인상이 절실했고, 4대보험과 퇴직금 요구도 높았다. 노조 가입 의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다면 가입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응답자의 80.7%가 있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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